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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또다시 대남 오물풍선을 띄웠다. 이에 대통령실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날 중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파주 접경 지역에서 촬영된 군사 시설물(붉은 원).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는 시설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부터 1년여간 북한 확성기 방송에 시달려오던 접경지역 주민들이 12일부터 평온을 되찾았다. 이는 우리 군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자 북한 측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고 작은 음악 소리를 내보내거나 방송을 하지 않고 호응하면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 된 지역은 없다”며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어젯밤 11시 넘어서까지 소음 방송이 청취 됐으나 오늘 0시 이후에는 전 지역에서 들리지 않는다”며 “원래는 지역에 따라 새벽에도 소음 방송이 청취 됐으나 지금까지 소음 방송이 청취 되는 지역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한이 남쪽으로 오물 풍선을 마구 살포하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대북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 측이 상상을 초월하는 기괴한 굉음을 내는 대남 방송으로 다시 받아치면서 접경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주민들이 지난 1년간 밤낮없이 극심한 확성기 소음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10월 2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에 위치한 대남확성기(오른쪽)와 지난달 25일 촬영한 원형 스피커의 대남확성기. 최기웅 기자
대북 확성기 중단 직전에는 대남 방송의 빌미가 됐던 대북전단 살포도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항공안전법 등으로 전단 살포를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 지자체와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을 표했다. 박용철 인천 강화군수는 12일 “정부의 대북방송 중지 결정을 환영하며, 피해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북한도 비인도적인 대남방송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 군수는 “북측에서 이번 대남 소음공격이 군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민심 교란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관계에서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며 “접경지역지원특별법 개정을 통해 초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정주생활지원금 등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발전을 위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지시에 대해 “남북 간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이 마침내 멈췄다.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물 풍선과 대북 전단, 확성기 소음으로 큰 불안과 고통을 겪으셨다”며 “새 정부가 보여준 방송 중단 결단에 경기도는 깊이 공감하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호응도 기대한다”고 했다.
김경일 경기 파주시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며 환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북한 당국 차례다. 더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며 대남 확성기 방송 중단을 촉구했다.



접경지 주민들 “이제야 두 발 뻗고 편히 잔다”
접경지 주민들도 안도하는 가운데 정부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파주 민통선 마을인 해마루촌 조봉연 농촌체험마을추진위원장은 “1년간 기괴한 소음에 시달려오다 어젯밤부터 조용해져 이제야 두 발 뻗고 편히 잠 잘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그는 “북한 확성기 방송의 실마리가 된 우리 측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완전히 중단돼야만 접경지역은 물론 남북 간에도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 주민들도 크게 환영했다. 그동안 강화군은 대남방송 소음으로 주민 2만 20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수면장애와 두통을 비롯한 정신·육체적 피해를 겪었다. 숙박업을 비롯한 지역 관광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김형태 강화군 교동면 이장단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로 그동안 주민들을 힘들게 한 대남 확성기 소음도 중지돼 일단 환영한다”고 반겼다. 그는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이 이제 막 중지돼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소음이 완전히 중단돼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10일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한 지역 확성기에서 소음이 송출되고 있다. 뉴스1
경기 김포시 하성면 시암2리 이태성 이장은 “어제저녁까진 미세하게 대남방송 소리가 들렸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소리가 아예 안 들린다. 이런 기분을 1년 만에 느끼니까 지옥 속에서 살아 나온 것 같은 기분이다”며 “주민들 모두 대남 방송이 언제 중단될 것인지 기대했는데 소리가 안 들리니까 잠도 잘 잤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북한이 또 태세 전환을 해서 대남방송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우리 동네가 공기도 좋고 살기 좋아서 땅을 사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남방송 이후 매매가 딱 끊기는 등 힘들게 살았다. 대남 방송이 아예 중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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