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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하자 북한도 멈춰
주민들 “그동안 잠 못 자 약 타먹어야 했다”
“탈북민 단체도 대북전단 살포는 자제하길”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다음 날인 12일 오전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마을회관에서 김완식 송해면 노인회장(왼쪽)과 당산리 주민 박찬임씨가 창문을 열고 밖을 보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기분 나쁜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는데 오늘은 안 들려서 오랜만에 잠을 푹 잤죠.”

12일 오전 10시 찾은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마을회관은 작동을 멈춘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만난 유재희(80)씨는 “어제저녁 방송이 마지막이라서 그렇게 세게 틀었나”라고 웃으며 말했고, 옆에 있던 당산리 부녀회장 채강순(69)씨는 “그동안 들리던 대남방송이 안 들리니까 오히려 어색하더라”라며 호응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밤늦은 시간에 (대남방송이)정지됐고, 오늘 새벽이나 아침에는 없는 것이 확실하다. 오후에도 없을지 등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군이 전날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직후다.

주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북한의 대남방송은 당산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은 지난 7월부터 약 1년 동안 대남방송을 통해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왔다. 특정 메시지 없이 거대한 기계가 작동하는 듯한 기괴한 소음만을 유발하는 대남방송이 밤 시간대에도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채씨는 “여기 주민 대부분은 그동안 대남방송으로 밤에 잠도 못 자서 수면 부족 상태였다. 약을 타 먹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고, 유씨는 “우리 아이들은 집에 오면 귀마개를 하고 생활해야 했어. 집에 귀마개가 엄청 쌓였어”라고 말하며 웃었다.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다음 날인 12일 오전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의 모습.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주민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처가 대남방송 중단의 주요 이유라고 얘기했다. 이환기(77)씨는 “우리가 먼저 대북전단을 보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니 북한에서도 대남방송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했다. 한강하구를 사이로 북한과 약 3㎞ 떨어진 집에 사는 이씨는 대남방송으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는 등 불면증에 시달려왔다. 이씨는 “내 정치적 입장은 보수다. 그런데 남북이 너무 대결구도로 가면 안 된다. 전쟁이 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안효철 당산리 이장은 “아침에도 라디오를 튼 것처럼 대남방송이 들렸는데 이전처럼 사람이 잠이 드는 것을 막을 정도거나, 생활에 불편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며 “우리 마을 주민들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먼저 중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이유가 남한처럼 중단해야 북한이 함께 중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산리 주민들은 정부가 강 대 강 대치를 멈추고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지길 기대했다. 채씨는 “문재인 정부 때 통일이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 이후에 상황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우리 바람은 지금 같은 상태가 유지되길 바라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경선 강화군 대북방송중단 대책위원장은 “앞으로 한 일주일 정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탈북민 단체에서도 대북전단 살포는 자제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납북자가족모임은 1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 명칭으로 임진각 평화 랜드 울타리 뒤에서 집회 신고를 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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