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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통해 입장…"헌재법만 개정해 재판소원 도입은 위헌"


김선수 전 대법관
2024.8.1 [대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대표적 진보 성향 법조인이자 참여정부 사법개혁 작업을 이끈 김선수(64·사법연수원 17기) 전 대법관이 12일 정치권 주도로 논의되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하급심 강화라는 법원의 근본적 개혁방향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며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12일 법률신문에 실은 '법원 개혁 방안과 추진 체계·일정에 관한 관견(管見)'이라는 장문의 특별기고문에서 최근 여당 중심으로 추진 중인 사법개혁법안 전반에 의견을 밝혔다. 공론장에서 사법개혁 의제를 논의에 부치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는 대법관 증원이 여러 번 시도된 적 있고 최고법원 위상 추락, 정책적 판단 기능 약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빈번한 인사청문회와 임명 지연 등으로 혼란과 재판 공백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고 거론했다.

또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비율은 법관이 사건에 들인 시간에 비례하는데 각 사건에 들이는 법관의 시간을 늘리려면 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급심, 특히 1심 판사를 증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급심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 여부를 결정하려면 규모뿐 아니라 소부 구성을 몇 명으로 할 건지, 소부를 전문재판부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 대법원의 역할 중에서 법령해석의 통일을 중시할 것인지 권리구제를 보다 중시할 것인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법원이 중요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심리하고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정책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심도 있게 심리할 사건을 선별하는 '상고심 실질 선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같은 사항을 전제로 대법관 수에 관해선 현행유지, 4명 증원으로 소부 1개를 늘리는 방안, 12명을 증원해 소부 3개를 증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중에서도 4명 소부 1개 증원시 소부를 전문부로 운영할 필요가 없고, 17명 전원합의체 운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법관 자격을 비법조인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임용자격을 비법조인으로 확대해야만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외 사례로 거론되는 일본은 헌재가 없어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헌법재판까지 맡기 때문에 비법조인 최고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며 우리 법체계의 모델인 대륙법계 국가 독일에선 연방헌법재판관도 법관 자격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 적어도 1명은 판·검사 출신 아닌 법조인을 임명하는 방안과 법원조직법에 대법관 임명시 배경, 경험, 가치 등에서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해야한다는 원칙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 전 대법관은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헌재법 개정안에는 "현행 헌법하에서 헌재법만 개정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 재판에 대해 헌재가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판하는 재판소원 도입의 전제로 "모든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재적 과반수 동의를 얻게 하는 등 대법관 임명에 필요한 민주적 정당성보다 높은 수준의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하고, 자격요건도 법관 출신은 대법관보다 강화해야 하며 비법조인으로 자격을 확대해 다양화는 방안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소원 도입은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분쟁을 3심으로 종결짓지 못하고 한 번 더 끌려 다녀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비용을 감당할 강자와 부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개혁과제를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해 단계적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는 법원개혁특위 구성 후 6개월 안에 입법을 마무리하고 중장기과제는 6개월 동안 법률초안을 제출받고 6개월∼1년간 입법을 끝내는 일정을 제안했다.

김 전 대법관은 사법시험 27회에 수석 합격했지만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첫 직장이 '인권변호사'의 대명사인 고 조영래 변호사의 시민공익법률사무소였고 대표적 노동·인권 변호사로 일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멤버로, 회장을 지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사법개혁비서관을 맡아 참여정부 사법개혁 실무를 이끌었다. 당시 로스쿨,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사법제도 개선 큰틀을 짠 사법개혁위원회에 이어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맡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법관이 돼 2018년 8월~2024년 재직했다.

alread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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