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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걸친 백수오 사태,
소액주주 민사소송 패소 확정

내츄럴엔도텍, 소비자원 발표 후
8만원대 주가, 1만원 아래로 추락
신화로 불리던 갱년기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백수오’가 논란으로 바뀐 것은 단 하루였다. 10년 전 기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약초 백수오의 추출물을 첨가해 만든 제품이 건기식 트렌드가 됐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자료를 내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가장 큰 피해는 업계 1위였던 네츄럴엔도텍이 입었다.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결과 내츄럴엔도텍 제품에 가짜 성분이 들어간 비율은 3%에 불과했고 고의 혼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사이 고객은 떠났다. 원료 파동 이후 영업손실이 이어졌고 8만원대까지 치솟던 주가는 1만원 아래로 추락했다. 소액주주들은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대법원에서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가 위법이라고 판단했지만 배상에는 책임이 없다고 봤다.
◆ 없어서 못 샀다 백수오’2013년 한방약재 백수오가 건강기능식품의 트렌드로 올라섰다. 백수오는 여러해살이 덩굴풀에 속하는 산야초이자 은조롱의 뿌리다. 인삼과 견줄 만한 자양강장 효과로 갱년기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백수오 건기식을 주고받는 게 명절 풍경이었다.

하수오라는 약재는 적하수오와 백하수오로 구분하는데 당시 인기를 끈 약재는 백하수오에 해당한다. 모발 건강에 좋아 탈모를 예방할 수 있으며 칼슘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의 자문 내용을 반영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하면서 그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하수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여러 기업들이 첨가물을 넣지 않고 100% 백수오로 만든 건기식과 백수오 함량이 높은 건기식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기업들은 “노년층에게 흔히 발생하는 신경쇠약, 건망증, 몸의 발열 등 건강 이상을 개선하고 뇌기능을 원활하게 해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간과 신장 기능 개선 등의 효능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 2015년 소비자원 발표문제는 2년 뒤 발생했다. 백수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자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이 시중 유통되는 대부분의 제품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소비자원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공동으로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 진위를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15년 4월 22일 소비자원은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며 “시중 유통 제품 대부분이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유전자검사 결과 32개 중 실제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 제품에 불과했고 21개 제품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만 원료로 사용하거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엽우피소는 은조롱의 뿌리인 백수오와 달리 넓은잎 큰조롱의 뿌리에 해당한다.

소비자원은 “백수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재배기간이 짧고(백수오 2~3년, 이엽우피소 1년), 가격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유통·제조·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문제다” vs “아니다” 진실공방소비자원은 백수오 제품의 1위 기업인 내츄럴엔도텍을 문제 삼았다. 내츄럴엔도텍은 2001년 설립된 건기식 회사로 2007년부터 백수오 관련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소비자원은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과 함께 6개 업체에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을 공급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가공 전(前) 백수오 원료(원물)를 수거해 시험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까지 의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이 자발적 회수·폐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시료를 제품제조에 이용하거나 해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원료와 바꿔치기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소비자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내츄럴엔도텍은 “감독관청인 식약처의 지난 2월 검사 결과 당사 백수오 생약 원료에 이엽우피소 등 이물질이 혼합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소비자원은 검사 방법 및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통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수오 품질 관리를 위해 재배, 수확, 건조, 가공, 구매, 입고 단계에 철저한 검사를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받은 타격은 컸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소비자원 발표 이틀 만에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4600억원 증발했다.

소비자원 발표 직전인 4월 21일 8만6600원(장 마감 기준)을 기록한 주가는 다음 날 7만3700원이 됐고 그다음 날에는 6만2700원으로 내려갔다. 하루에 1만원씩 빠지면서 일주일 새 주가는 2만원대로 추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9위에서 41위까지 추락했다. 8만원대의 내츄럴엔도텍의 주가가 1만원 아래로 내려가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26일이었다.

2013년 공모가 4만원에 기업공개를 한 내츄럴엔도텍은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가 넘는 8만470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증권업계는 한때 내츄럴엔도텍의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백수오 논란 이후 투자의견을 낮추고 당분간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 2018년 돌아온 내츄럴엔도텍검찰이 나섰다. 백수오에 이엽우피소를 섞어 백수오궁 등을 제조·판매한 혐의를 조사해온 검찰이 2015년 6월 26일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백수오 약초(뿌리 절편) 샘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지만 엔도텍이 고의로 혼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엽우피소의 혼입 비율이 미미하고 엔도텍이 혼입방지를 위한 검증과정을 실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고의로 넣었거나 납품업체의 이엽우피소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제품에는 하자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내츄럴엔도텍이 보관한 백수오 절편에 대한 검찰의 샘플 검사에서 이엽우피소의 혼입비율은 약 3%로 나왔다.

식약처도 내츄럴엔도텍의 손을 들어줬다. 2017년 8월 식약처는 2년여에 걸친 백수오 안전성 평가 결과 열수추출물 형태인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 섭취는 안전한 것으로 발표했다.

2018년에는 홈쇼핑에도 복귀했다. 2018년 6월 24일 국내 1위 홈쇼핑 채널이었던 CJ오쇼핑에서 방송을 진행했다. 장현우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백수오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소비자와 주주 등 여러 관계자분들의 응원 덕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며 CJ와 협력하여 판매 실적으로 그 성원에 보답할 것이고 갱년기 시장을 일으켜 백수오 신화에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 소비자원 손들어준 대법원…책임은 누가?그러나 기대와 달리 내츄럴엔도텍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식품 판매 특성상 부정적인 이미지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2만원대의 주가는 3개월 뒤 1만원대로 내려갔다. 2019년 2월에는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4년 1241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016년 66억원으로 떨어진 뒤 2018년 89억원으로 올라섰고 2022년에는 140억원까지 회복했다.

수익성이 문제였다. 259억원(2014년)의 영업이익은 2015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영업적자를 3억원까지 줄였지만 이듬해 다시 59억원까지 늘어났고 △2022년 84억원 △2023년 41억원 △2024년 38억원 등을 기록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츄럴엔도텍 주주 18명은 2018년 소비자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비자원이 허위사실을 단정적으로 공표해 주가가 폭락했다는 이유였다.

이들이 낸 소송의 결과가 7년 만에 나왔다. 지난 5월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김 씨 등 내츄럴엔도텍 주주 18명이 소비자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소비자원의 보도자료 공표에는 위법 소지가 있지만 주주들이 입은 손해와 공표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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