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당시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들
청와대 겨냥해 "아마추어 외교" 비판해 논란
청와대 겨냥해 "아마추어 외교" 비판해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인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경호처장.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를 이끄는 두 수장,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이견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20여 년 전 벌어진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술자리 대화가 일파만파 커지며 외교부 북미국장은 물론 장관까지 경질되는 '큰 사건'이 벌어졌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부와 청와대는 대미 외교를 두고 적잖은 이견을 보이고 있었다. 당시에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중요시하자는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외교를 펼치는 동맹파의 대립이 컸다. 자주파는 주로 청와대 젊은 보좌관들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사들이 주축이었고 동맹파는 외교부 북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통 외교관들이었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관료'들을 적대시하는 경향이 강했고 보수적인 외교관들 사이에선 청와대를 '아마추어'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특히 미군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이 격해졌다. 당시 북미국 3과장이던 조현동 현 주미대사는 과원들과 술자리에서 "영어도 못하고 미국도 안 가본 인사들이 무슨 대미 외교를 하느냐" "내년 4월 총선 이후 이 정권은 망한다" 등의 막말을 쏟아냈고, 이 사실은 외교부 직원의 투서로 알려지게 됐다. 이 사건으로 조현동 당시 과장은 '보직해임'됐고, 북미국장과 외교부 장관도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당시 자리에서 물러난 북미국장이 위성락 실장이다. 이종석 후보자는 당시 자주파가 주축인 청와대 NSC의 사무처장이었다.
이후에도 민주당에서는 주로 자주파 출신들이 주류를 차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후보자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으며 '자주파'의 영향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2022년 대선 때 '동맹파' 위 실장이 캠프에 합류하며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이번 대선에서도 이 후보자가 이끈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와 위 실장이 이끈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를 모두 끌어안았다.
이 대통령이 동맹파와 자주파를 모두 기용한 것은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동맹파'를 통해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한미 간 신뢰를 두텁게 하는 동시에 대북 협상 경험이 많은 '자주파'를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미 관계는 '찐미' 위성락 안보실장이 (차기) 외교부 장관과 잘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도랑에 든 소이기 때문에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러시아 풀도 먹어야 한다. 국정원장인 이종석 원장(후보자)이 아주 잘 풀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