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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에서 반중 정서가 고착화하는 데는 중국의 국민성이나 정치 체제 자체에 대한 반감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의 반중 감정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요소에 기반한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의 한·중 관계 개선 구상이 여론의 호응을 얻으려면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 공동 기획, 어떻게 조사했나 6월 4~5일, 전국 성인남녀 1509명 웹조사(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2024년 8월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06명 웹조사·2021년 8월 26일~9월 11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 심층 대면 면접조사(모두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 EAI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
11일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의 공동 기획 조사(6월 4~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9명 대상 웹 조사, 최대허용 표집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EAI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66.3%가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공동 기획조사에서 63.8%가 비호감이라고 응답한 데 비해 2.5%p 상승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 AFP=연합뉴스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된 배경을 묻자 응답자 과반(58.1%)은 "중국의 국민성과 행동이 비호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치 체제가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39.5%로 2위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비호감 이유 1·2위로 꼽혔던 "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보복 때문에",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중국의 환경 문제" 등 이유는 각각 36.9%, 29.1%로 다소 후순위로 밀렸다.

정근영 디자이너
중국에 대한 비호감 정서는 세대와 성별, 연령대를 불문하고 공통된 현상이었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63.8%가, 보수 성향 응답자의 70.5%가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또 남성의 67.7%가, 여성의 64.8%가 이와 같이 답했다.

다만 세대별로 살펴보면 비호감 정서가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면서도 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20대(18~29세)의 80.0%가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해 가장 비율이 높았다. 30대(30~39세)는 70.2%, 40대(40~49세)는 72.5%, 50대(50~59세)는 62.0%, 60대(60~69세)는 60.2%, 70세 이상에선 53.9%였다.

60대 이하에서는 중국의 국민성을, 70세 이상에서는 체제를 더 문제삼는 경향도 확인됐다. 20~50대는 "국민성과 행동이 비호감"이라는 점을(각기 59.6%, 64.9%, 66.8%, 60.2%) 비호감의 이유로 꼽았다. 60대는 국민성(48.7%)과 일당지배체제(44.6%)를 이유로 든 비율이 비슷했다. 70세 이상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54.5%) 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반도 안보에 직결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실제 역할에 대해선 회의론이 두드러졌다. 북한의 군사 도발과 관련해 응답자의 84.1%는 "중국의 역할이 있다"고 답했고,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대해선 88.3%가 "중국의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중 외교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이슈'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정책 공조"를 꼽은 응답은 17.2%에 불과, 20대 대선 직전 실시한 2021년 조사(24.4%)보다 7.2%p 하락했다. 이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 있는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방증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저지하거나, 북한의 도발에 대해 "모든 관련국이 자제해야 한다"는 식의 양비론적 태도를 반복한 데 따른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 밀착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는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가장 우려되는 최근 중국의 동향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갈등"(26.8%)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한·미 동맹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중 사이 한국의 딜레마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한국에 대한 강압적 외교 행태"(19.5%), "북한의 도발이나 북핵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한국에 군사적으로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가'를 묻자 중국을 꼽은 응답자도 지난해 63.7%에서 올해 70.5%로 6.8%p 증가했다. 북한을 군사적 위협으로 꼽은 비율은 지난해 87.4%에서 올해 90.0%로 2.6%p 상승했는데,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증가한 셈이다.

이런 경계심은 이념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65.8%가, 보수 성향 응답자의 80.0%가 중국을 군사적 위협으로 꼽았다. 최근 수년간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군사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는 등 도발을 반복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건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와 우려에도 이재명 정부에서 한·중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응답이 68.4%로 3분의2가 넘었다는 점이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79.4%가, 보수 성향 응답자의 66.4%가 이같이 답했다. 속내는 다를 수 있어도 이념을 가리지 않고 한·중 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셈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대중 인식은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반감에 기반하고 있어 쉽게 바뀌기 어렵다"며 "경제 협력이나 북핵 문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 정부는 국민 정서와 현실 외교 사이에서 '비호감의 중국'과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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