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캘리포니아 등 LA 연대 시위 열려
"이민자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
모든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도심의 한 대형 광장에서 열린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집회에서 배버라 진 리 오클랜드 시장이 수백 명의 집회 참여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오클랜드=이서희 특파원


"우리는 로스앤젤레스(LA)와 연대합니다. 우리 중 한 명에 대한 공격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입니다. "

10일(현지시간) 오후 6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 도심의 대형 광장. 배버라 진 리 오클랜드 시장이 광장에 모인 500여 명의 시위자를 향해 외쳤다. 지난달 말 취임한 그는 오클랜드 최초의 흑인 여성 시장이다.

샌프란시스코 인접 대도시인 오클랜드는 인구의 27%가 외국 태생이다. 미국 전체 평균(13.8%)의 두 배가 넘는다. 리 시장은 "이민자 커뮤니티는 오클랜드의 심장과 같은 존재"라며 "다양한 문화와 언어, 삶의 경험이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에서 왔든, 모든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며 "오늘 이민자가 잡혀 간다면 내일은 누구라도 끌려갈 수 있다. 이건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도심의 한 대형 광장에서 한 손엔 촛불, 다른 손엔 손팻말을 든 한 시민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불법 이민 단속에 반대하고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오클랜드=이서희 특파원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도심의 한 대형 광장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불법 이민 단속에 반대하고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클랜드=AP 연합뉴스


"냉정하자, 인내하는 우리가 이길 것"



이날 집회는 지난 6일 LA에서 시작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 이민 단속에 항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조직됐다. 집회 이름은 '베이(샌프란시스코만 일대 도시를 지칭)는 LA와 함께한다'이다.

지난 주말 LA에서 발발한 항의 시위 진압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군대까지 파견하자, 강경 이민 정책과 과잉 진압에 반발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뉴욕, 시카고, 댈러스 등 이민자 비율이 높은 도시들이 중심이다. 8, 9일 양일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린 시위에는 수천 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해산 명령을 거부한 200여 명을 체포했다.

이날 집회 분위기는 격렬했던 샌프란시스코 시위와는 달랐다. 참석자들은 무대 위 연설자들의 말을 평화롭게 청취했다. 이들의 손에는 '우리는 모두 LA다' '왕은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과 함께 작은 촛불이 들려 있었다. 촛불은 비폭력적 저항과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연대 의지를 상징했다. 주최 측인 시민단체 베이 레지스턴스 관계자는 비폭력 시위를 독려하기 위해 "침착해 달라. 우리가 냉정을 잃는 게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집회는 소요 없이 마무리됐다.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도심의 한 대형 광장에서 시민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오클랜드=이서희 특파원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도심의 한 대형 광장에서 시민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불법 이민 단속에 반대하고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오클랜드=이서희 특파원


"빌미 주지 말자... 낙서·파손 말라"



이날 시위 주최 측이 유독 '평화 시위'를 강조한 것은 LA 시위 참가자의 일부 폭력적 행동이 보수 매체 등을 통해 전달되면서 정부의 군 투입 등 과잉 진압을 자칫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에선 이번 LA 시위가 자발적 참여에 따른 게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도발이라는 음모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과거 폭력 시위 사진을 이번 시위에서 일어난 일처럼 가공한 가짜 정보도 넘친다.

대런 린빌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연구원은 "보수 성향 이용자들이 LA 상황을 과장되게 전달함으로써 '폭도에게 점령당한 LA'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런 게시물은 결과적으로 사실이 되기도 한다. 주목을 끌수록 (거짓에 분노한) 시위자가 더 많이 나설 것이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이 발효된 10일 말을 탄 경찰들이 도로 통행을 막아서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이에 대항해 반대 진영에서는 단속과 강제 진압에 빌미를 주지 않는 항의 방식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낙서나 기물파괴는 삼가자"는 권고가 힘을 얻고 있다. "멕시코 국기는 ICE 단속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며 시위 참여 시 성조기만 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LA 연대 시위가 각지로 확산하는 가운데, '진원지'인 LA는 이날 비교적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ICE의 기습 단속과 대규모 항의 시위가 추가로 보고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연방정부가 파견을 결정한 해병대 700명과 추가 주방위군 2,000명의 현장 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캐런 배스 LA 시장은 약 1제곱마일(약 2.6㎢) 규모의 LA 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이날 저녁 8시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전날도 오후까지는 조용하다가 해가 지자 시위대와 진압 당국의 충돌이 재현됐던 것을 감안한 조처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308 [영상] 에어인디아 여객기 印서부서 이륙 직후 추락…"최소 110명 사망" 랭크뉴스 2025.06.12
51307 경찰 2차 출석 요구도 불응…윤석열, 체포 가능성은? 랭크뉴스 2025.06.12
51306 김민석, 4000만원 빌린 뒤 미상환 의혹···상대는 과거 ‘불법 정치자금’ 제공자 랭크뉴스 2025.06.12
51305 공군, 또 '조종사 실수' 사고… "활주로 아닌 유도로서 이륙 시도" 랭크뉴스 2025.06.12
51304 242명 탄 인도 여객기, 주택가 추락…경찰 “생존자 없다” 랭크뉴스 2025.06.12
51303 13년 만에 ‘재혼’ 은지원, 예비 신부는 9세 연하 스타일리스트 랭크뉴스 2025.06.12
51302 “242명 탑승 에어인디아 여객기 인도 서부서 추락…생존자 없는 듯” 랭크뉴스 2025.06.12
51301 尹 정부와 싸운 검사, 불법 계엄 예견한 판사… '3대 특검' 후보자로 추천 랭크뉴스 2025.06.12
51300 "수하물 빨리 받는 비결 나만 몰랐네"…공항 직원이 알려준 '꿀팁' 뭐길래? 랭크뉴스 2025.06.12
51299 현대제철, 한국GM에 車강판 공급…中 공급망 대체 랭크뉴스 2025.06.12
51298 민희진 ‘278억 어도어 풋옵션’ 향방은…28억으로 축소? 랭크뉴스 2025.06.12
51297 李 대통령 “이태원·오송 비극 잊지 않을 것…이재명 정부선 참사 반복 없어” 랭크뉴스 2025.06.12
51296 '김학의 수사 외압 의혹' 이성윤도 무죄‥"가장 부끄러운 사건" 랭크뉴스 2025.06.12
51295 인도서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 지역 경찰 "생존자 없는 듯" 랭크뉴스 2025.06.12
51294 “대통령과의 주례회동? 수시로 논의하겠다” 랭크뉴스 2025.06.12
51293 “물가·규제개혁 최우선 사회적 대화 복원할 것” 랭크뉴스 2025.06.12
51292 [속보] 인도 경찰 "에어인디아 추락 사고 생존자 없는 듯" 랭크뉴스 2025.06.12
51291 "돈 주면 불기소"... 2억 받고 사기 사건 캐비닛에 숨긴 '나쁜 경찰' 랭크뉴스 2025.06.12
51290 인도서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 현지 매체 "최소 110명 사망" 랭크뉴스 2025.06.12
51289 숨통 죄여온 낚싯줄에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끝내… 랭크뉴스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