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관은 어느 곳일까. KBS 데이터랩은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의 12년치(2013~2024) 자료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념 갈등 인식과 정치 만족도, 그리고 17개 기관별 신뢰도 간의 관계를 살펴봤다.
■ 정치 만족도를 좌우한 세 기관
분석 결과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정치 만족도 또한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국회’, ‘정부’, ‘검찰’에 대한 신뢰가 정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들 기관에 대한 신뢰는 단순히 해당 기관에 대한 신뢰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정치 및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는 핵심 지표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2013~2024) 재구성
위 그래프의 수치는 응답 점수가 아닌 '회귀계수'라는 통계분석 수치입니다. 이는 각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정치 만족도에 미친 영향을 나타냅니다. 숫자가 클수록 해당 기관의 신뢰도가 정치 만족도에 더 강한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합니다. 기사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회귀계수를 ‘영향’으로 표현했습니다. |
■기관 신뢰, 이념 갈등 영향 완화 효과
일부 기관에 대한 신뢰는 이념 갈등이 정치적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완화하는 ‘완충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완충 효과는 17개 기관 중 8개 기관에서 통계적 의미가 있었다. 특히 ‘신문사’, ‘국회’, ‘검찰’에 대한 신뢰는 이념 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뚜렷하게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충 효과’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이며, 통계학적 용어로는 ‘조절효과’ 또는 ‘상호작용효과’에 해당합니다. 이는 어떤 요인이 다른 요인의 영향력을 약화하거나 강화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이념 갈등은 일반적으로 정치 만족도를 낮추는 경향이 있지만, 국회와 같은 특정 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을 경우 정치 만족도의 감소 폭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기관의 신뢰는 이념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완충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2013~2024) 재구성
위 그래프의 요점은 '파란 선'과 '빨간 선'의 기울기이다. 응답자를 각 기관별 신뢰 수준에 따라 상위 33%(파란 선)와 하위 33%(빨간 선)로 구분한 뒤, 각 집단별로 이념 갈등 인식 수준에 따른 정치 만족도의 변화를 비교했다.
세 기관 모두에서 이념 갈등 체감도가 높을수록 정치 만족도는 낮아졌지만 해당 기관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은 집단(파란선)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전반적인 정치 만족도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됐다. 신뢰 수준이 낮은 집단(빨간선)은 정치 만족도가 더 급격히 감소했으며 전반적인 정치 만족도 수준도 낮았다.
위 그래프 가로축의 중심화 값은 단순한 응답 점수가 아니라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변환한 상대적 점수입니다. 이는 응답자 간의 차이를 보다 명확히 비교하고, 분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통계적 변환 방식(mean-centering)입니다. 가로축에서 0은 평균 수준, 왼쪽으로 갈수록 갈등을 덜 느낀 집단, 오른쪽으로 갈수록 더 많이 느낀 집단을 뜻한다. 평균보다 갈등을 두 단계 낮게 느낀 사람은 –2, 평균 수준이면 0, 두 단계 높게 느낀 사람은 +2로 표시됩니다. |
■ 신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두 측면에서 본 기관별 영향
기관별 신뢰도의 영향은 첫째, 정치 만족도를 얼마나 직접적으로 높이는가를 보여주는 '직접 효과'(주효과)와 둘째, 이념 갈등이 정치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얼마나 줄여주는가를 보여주는 '완충 효과'(조절효과)의 두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이 두 효과를 동시에 보여준다. 가로축은 각 기관 신뢰의 '직접 효과', 세로축은 이념 갈등에 대한 '완충 효과'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각 기관이 정치적 신뢰 형성과 만족도 유지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2013~2024) 재구성
위 그래프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가로축에서 오른쪽으로 멀리 가있다. 정치 만족도에 대한 '직접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세로축의 정부 위치는 평균선을 겨우 웃도는 정도로, 이념 갈등의 완충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정부가 중재자라기보다 갈등의 한 당사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언론, 특히 신문사는 반대 양상을 보였다. 정치 만족도에 대한 직접 효과는 제한적(가로축 평균선보다 조금 오른쪽)이었지만 이념 갈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효과는 가장 높게 나타났다(세로축 상단). 언론의 신뢰가 갈등 상황에서 시민 인식과 정치적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와 ‘검찰’은 정치적 신뢰 형성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 모두 정치 만족도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비교적 클 뿐 아니라, 이념 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완충 효과도 높게 나타났다. 입법·사법 기구로서 기능뿐 아니라 정치적 분열을 흡수할 수 있는 역할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위 그래프는 응답 점수가 아닌 회귀분석을 통해 산출된 통계수치(회귀계수)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가로축은 기관별 신뢰도의 직접 효과(주 효과), 세로 축은 완충 효과(조절 효과) 계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가로 축의 ‘직접 효과’는 기관별 신뢰도가 전반적인 정치 만족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는 지를 보여줍니다. 세로 축의 ‘완충 효과’는 이념 갈등을 느끼더라도 정치 만족도가 크게 낮아지지 않도록 완화해주는 역할을 뜻합니다. |
반면 이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결과는 정반대로 전개될 수 있다. ‘국회’와 ‘검찰’은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가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불신의 중심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회·법원·검찰 등 주요 공공기관은 교육·의료·금융 등 민간 부문에 비해 신뢰 수준이 일관되게 낮았다. 특히 국회는 지난 12년간 조사 대상 17개 기관 중 예외 없이 최하위를 차지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2013~2024)
■ 17개 주요 기관의 좌표는?
아래 그래프에서 세로축 ‘신뢰도’는 2013년부터 2024년까지 12년간의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평균한 값으로, 일시적인 여론이 아닌 장기적인 신뢰 구조를 반영한다. 각 기관별로 "해당 기관이 맡은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지"에 대해 4점 만점 척도로 질문한 결과다.
가로축 '영향력'은 기관별 신뢰도가 정치 만족도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와 이념 갈등에 대한 완충 효과를 합산한 값이다. 회귀분석을 통해 산출된 '직접 효과'와 '완충 효과'를 합한 것이다. 즉 가로축에서는 해당 기관이 정치 상황 전반에 대한 만족도 형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지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우하단의 ‘제도적 불신’ 영역에 위치한 기관들은 정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서 국민 신뢰는 낮은 편에 속한다. 국회, 정부, 검찰, 언론, 법원 등이 포함됐다.
우상단 ‘제도적 신뢰’ 영역은 정치 만족도에 높은 영향을 미치면서도 국민 신뢰 또한 확보한 기관들을 의미한다. 신뢰 기반 민주주의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이상적인 영역이지만,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좌상단 ‘상징적 신뢰’ 영역에는 정치적 영향은 낮지만 국민 신뢰도가 높은 기관들이 위치한다. 교육기관, 의료기관, 금융기관 등이 이에 포함됐다. 이들은 정치의 중심에 있지는 않지만 사회적 안정과 일상 속 신뢰를 지탱하는 상징적 제도로 작동한다.
좌하단의 ‘제도적 주변’ 영역에는 정치적 영향과 국민 신뢰도가 모두 낮은 기관들이 위치한다. 시민단체, 종교단체,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해당됐다.
■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조건, '신뢰'
위 분석 결과는 '직접 효과'와 '완충 효과'를 합한 영향 수준이 큰 기관, 즉 우리 사회에 정치 만족도와 사회 통합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대체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작동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불신’에 머무는 기관들을 ‘제도적 신뢰’의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이번 분석은 갈등을 조정하는 힘이 제도로부터 나오며, 제도의 원활한 작동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어떻게 분석했나? > 이번 분석은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2013~2024) 12개년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매년 약 8,000~10,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전국 단위 반복횡단면 설문조사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행정연구원(KIPA) 및 한국사회과학자료원(KOSSDA)의 사용 허가 및 제공 협조를 받았습니다. 설문 문항은 2013년부터 2024년까지 모든 연도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항목을 선별, 일관된 비교와 시계열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구성했습니다. 통계 분석에는 회귀모형(FEOLS)을 사용해 2013년부터 2024년까지 연도별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했습니다. 해마다 달라지는 정치·사회 환경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연도별 고정효과를 반영했으며, 성별·연령·소득·지역·지지 정당 유무·주관적 이념 성향 등 개인의 정치·사회적 배경 요인을 통제하였습니다. 회귀분석은 하나의 결과(예: 정치 만족도)가 어떤 요인들(예: 이념 갈등, 제도 신뢰 등)에 의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통계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각 연도별 가중치를 적용해 표본이 실제 인구 분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보정했고, 연도와 지역 단위로 군집화된 표준오차(군집 표준오차)를 사용해 통계적 추정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상호작용 효과 분석의 신뢰성과 해석력을 높이기 위해 주요 변수(이념 갈등 인식 정도, 제도 신뢰 수준)는 평균 중심화(mean-centering)를 적용했습니다. 다만, 본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동일한 응답자를 추적하는 패널조사(panel data)가 아니므로 변수 간 인과관계를 명확히 식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역인과(reverse causality)나 공통의 선행요인에 의한 내생성(endogeneity) 문제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즉, 본 분석에서는 인과관계를 단정짓기보다는 정책적 단서와 실천적 시사점을 진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
자료 분석 및 기사 : 홍성현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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