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53명 부임 논란
직접 사퇴 압박 직권남용 소지
인사 하자 찾아 법적 대응 검토
직접 사퇴 압박 직권남용 소지
인사 하자 찾아 법적 대응 검토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과의 ‘불편한 동거’ 문제로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사퇴 압박은 직권남용 우려가 있어서 ‘알박기’ 인사들의 자진 사퇴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대신 인사 절차상의 하자를 찾아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내란 은폐·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는 윤석열정부에서 공공기관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11일 기준 공공기관 331곳 중 기관장 53명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 부임했다. 민주당은 대규모 낙하산 인사를 통한 노골적인 알박기 인사로 의심하고 있다.
특위 내에서는 애초 상설 특검, 감사원 감사 청구 등 강경책이 우선 거론돼 왔다. 하지만 법리 다툼이 벌어지면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어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부적절한 알박기 인사라 할지라도 현행법상 강제로 내보낼 방법은 없다”며 “알박기 인사들을 비롯해 이재명정부 국정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기관장들이 스스로 사퇴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특위 내에서는 경영평가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는 경영평가 기준을 새로 만들고, 이를 근거로 기관장들의 해임을 의뢰하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이행률 등 새 기준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특위 위원장인 정일영 의원은 통화에서 “윤석열정부에서 마련된 평가 기준을 통해 높은 등급을 받은 기관들이 많은데, 이는 기관장들이 책임 면피 장치가 되고 있다”며 “알박기 인사로 의심되는 기관들이 새로운 잣대가 적용된 경영평가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인사 과정의 절차적 문제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개인을 직접 압박해 사퇴를 종용할 순 없어서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우선 윤 전 대통령 파면 뒤 졸속으로 임명된 이들의 인사검증 과정부터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제보와 조사를 토대로 위법 경중에 따라 수사기관 고발 대응도 병행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 논란을 끝내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함께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정책 일관성을 이유로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당장 개정되더라도 윤석열정부 인사에까지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이 2018년 문재인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례처럼 직권남용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박근혜정부 당시 임명된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2022년 징역 2년형이 확정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