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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어색하고 불편한 ‘동거(同居) 정부’가 될 것이란 관가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의 운전대를 잡은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각료들과 스스럼없이 머리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두 시간이면 끝날 거라던 첫 회의는 이 대통령이 질문을 쏟아내며 3시간 40분 동안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함께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대신했다. 문답 과정이 없어 국무회의가 대부분 오전 중 끝났던 윤석열 정부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할 때는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 “좀 어색하죠. 웃으면서 합시다”라거나 “공직에 있는 기간 만큼은 각자 최선을 다하자”고 다독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두 번째 국무회의는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였다. 특히 이날 1호 법안으로 윤석열 정부가 반대했던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공포안을 심의·의결해 긴장이 흐르는 회의였지만 이 대통령은 일방적 주장을 펼치는 대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보이자, 이 대통령은 “다 말씀하셔도 된다”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공감을 표하거나 직접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의견 차이 때문에 격노하거나 윽박지르는 모습은 없었다고 한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행정 경험이 풍부한 데다, 이전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한 만큼 ‘찍어 누르기식’ 회의가 될 것이란 우려는 불식됐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실용적인 국무회의 같다” “일을 하려는 의욕이 강해 보인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새 내각 구성과 별개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현재 국무위원들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10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일을 하는 국민들의 대리인이지 특정한 인연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한순간 순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5200만 국민들의 삶이 달린 일이니까 언제나 최선을 다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협력적 동거 정부를 모색하는 것에 대해선 “민생 경제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책”(민주당 재선 의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리적으로 국무총리 인준과 장관 임명 절차에 한 달 이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수 침체 등 대내적 경제 위기 상황과 미국 트럼프발(發) 통상 리스크 등을 관리하려면 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차관회의를 주재하며 각 부처 정책을 조정하는 국무조정실장 역시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가 끝난 뒤 인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방식은 역시 인수위 없는 ‘동거 정부’ 기간을 거친 문재인 정부의 대처와 는 180도 다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한 지 하루 만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하고 각종 현안과 정책을 홍 실장 중심의 차관회의에서 다루게 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과 정부 정책을 논의하는 걸 꺼렸기 때문에 나온 조치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48일 만에야 처음으로 동거 정부의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새 정부 인사들과 웃으며 차담을 나누는 것을 전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들이 뒤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27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담회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으로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낙연 국무총리,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뒷줄 왼쪽),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 이준식 교육부 장관(뒷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은 뒤로 물러나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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