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개최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시장 흐름과 엇박자가 나고 있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높인 건 아닌지 첫 경제 관련 회의에서 강조한 만큼, 향후 가산금리 인하 공약 추진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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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벌어진 것 아니냐”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상경제점검 TF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구성한 회의체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차관급 인사 등이 모인 첫날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를 벌려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예대금리차를 콕 집어 언급한 데는 대출을 받는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는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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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예대금리차 확대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5~1.51%포인트로 평균 1.41%포인트다. 평균 예대금리차는 지난 3월 1.47%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최대로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다. 대출금리를 낮출 경우 대출이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우려에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 소극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여권에서 계속 지적하고 있다"며 “향후 가산금리 조정을 통한 대출금리 인하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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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 검토
정부와 여당의 가산금리 인하가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대출원가를 반영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기준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가산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구조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리스크 등에 각종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더해 정해지는데 이 대통령은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말 가산금리에 법적 비용을 일부 제외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통한 가산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범규준은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기준으로 쓰인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교육세와 출연료 등의 가산금리 반영 비중을 낮추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법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는 논란을 피하고, 법안 통과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신속한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은행권에선 법적비용을 제외하면 대출금리가 0.15~0.2%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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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보단 낮은 수준…은행은 딜레마
다만 해외와 비교하면 예대금리차가 큰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미국의 은행 예대금리차는 5.75%포인트 수준이다. 미국은 높은 기준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금리가 7%대에 달한다. 영국도 예대금리차가 2%포인트 수준이다. 조달비용 대비 은행의 이자 수익률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으로 비교해도 지난 1분기 미국 은행 평균이 3.25%로, 국내 은행(1.53%)보다 높다.
은행권에선 대출금리를 높이기도 낮추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대출 잔액이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6조원 늘었다.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증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5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까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 경우 대출이 늘어나는 걸 막긴 어렵다.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금리까지 낮추라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TF회의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부채 탕감 재원 마련 필요성도 꺼냈다.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는 취지로, 은행권 상생금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또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기조를 확립하겠다”고 했는데 금융당국이 시행 중인 은행별 연간 가계대출 목표 관리와 유사한 방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1호 행정명령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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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벌어진 것 아니냐”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상경제점검 TF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구성한 회의체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 차관급 인사 등이 모인 첫날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를 벌려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예대금리차를 콕 집어 언급한 데는 대출을 받는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는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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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예대금리차 확대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5~1.51%포인트로 평균 1.41%포인트다. 평균 예대금리차는 지난 3월 1.47%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최대로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다. 대출금리를 낮출 경우 대출이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우려에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 소극적이다.
김경진 기자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여권에서 계속 지적하고 있다"며 “향후 가산금리 조정을 통한 대출금리 인하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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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 검토
정부와 여당의 가산금리 인하가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대출원가를 반영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기준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가산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구조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리스크 등에 각종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더해 정해지는데 이 대통령은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말 가산금리에 법적 비용을 일부 제외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김경진 기자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통한 가산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범규준은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기준으로 쓰인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교육세와 출연료 등의 가산금리 반영 비중을 낮추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법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는 논란을 피하고, 법안 통과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신속한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은행권에선 법적비용을 제외하면 대출금리가 0.15~0.2%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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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보단 낮은 수준…은행은 딜레마
다만 해외와 비교하면 예대금리차가 큰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미국의 은행 예대금리차는 5.75%포인트 수준이다. 미국은 높은 기준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금리가 7%대에 달한다. 영국도 예대금리차가 2%포인트 수준이다. 조달비용 대비 은행의 이자 수익률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으로 비교해도 지난 1분기 미국 은행 평균이 3.25%로, 국내 은행(1.53%)보다 높다.
은행권에선 대출금리를 높이기도 낮추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대출 잔액이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6조원 늘었다.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증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5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까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 경우 대출이 늘어나는 걸 막긴 어렵다.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금리까지 낮추라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TF회의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부채 탕감 재원 마련 필요성도 꺼냈다.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는 취지로, 은행권 상생금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또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기조를 확립하겠다”고 했는데 금융당국이 시행 중인 은행별 연간 가계대출 목표 관리와 유사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