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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부터 G7·나토 정상회의 두고 갈등
글로벌책임강국위 "중·러 자극 지양해야"
동북아평화협력위 "노선 이탈 각인 효과 커"
외교 전문가들 "나토, 방산 실질 이익과 연결"
"러시아, 안보와 경협 철저히 구분…낙관론 지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고민의 배경엔 대선 전부터 이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외교관 그룹'과 '비외교관 그룹'의 의견 다툼이 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의미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도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와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가 이끌던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가 해석을 달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는 "결국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에 참석하는지를 두고 한국이 민주주의 진영에 설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구 주도 협의체에 참석해야 하냐" vs. "한국 외교력 확장 기회"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첫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는 김민석 국회의원, 국정원장 후보자로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지명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강훈식 국회의원, 안보실장에는 위성락 국회의원이 임명됐고, 경호처장은 황인권 전 육군 대장, 대변인은 강유정 국회의원이 임명됐다. 뉴스1


1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외교안보 자문 창구인 후보 직속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선 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검토했다. 이러한 검토 작업은 본보가 입수한 '외교현안 100일 로드맵'에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참가 여부를 두고 두 위원회의 입장은 달랐다.

이종석 후보자 주도의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에서는 비외교관 출신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고려해 G7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데,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위 실장 주도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는 "외교적 일관성과 대외적 메시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고, 나토·I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정상회의는 한국 민주주의 복원력과 방위산업 수출 진흥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중요 고리"라는 취지로 참석 의견을 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대체로 외교관 출신들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 외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회복과 대통령 취임 후 준비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불참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 재건 등 '맞춤형 협력' 이미 체계화"



결국 G7 정상회의에는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문제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에게 후보 시절 조언하던 두 그룹은 위 안보실장 측과 이 국정원장 후보자 측을 형성해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방향 설정에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두 그룹은 사안별로 대립하며 정책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들은 20여 년 전 대미 외교 문제를 두고 갈등하던 '동맹파'와 '자주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토 소속 국가 등 국제사회는 한국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 소식통은 이재명 정부가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로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불참하면 '입장을 달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유럽권의 한 외교관도 "실용외교를 위해 '가치'를 저버린다면, 나토 협력국가들도 이에 대응해 한국과의 협력수준을 조절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외교가에선 취임 후 준비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현시점까지 구체화된 나토와 한국 간 협력수준을 재확인하고 방향을 조율하기 위해서라도 참석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전직 한 고위 외교 관료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한국은 이미 나토와 협력수준을 조율한 '맞춤형 파트너십 체계(ITPP)'를 체결했다"며 "갑작스러운 이탈은 기존에 진행했던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이나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토 정상회의는 과거와 달리 이념적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제사회와 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외교채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나토 내에서 정식 회원국과 같은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는 점보다는 지속적 참여를 통해 향후 더 큰 영향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눈에 띄는 불참의 파장이 눈에 띄는 참여보다 훨씬 크다"며 "나토 정상회의 참여의 부담이 작지 않을 수 있으나, 꼭 러시아와 척지고 나아가 중국에 대한 외교 부담을 자처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외교 브레인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전문가 사이에서도 나토 정상회의 불참 신중론이 나온다. 대러외교 업무에 정통한 전직 외교관은 "경제협력이나 기존 외교노선 변화로 러시아가 한국의 입장에서 대북문제를 풀어줄 수 있다고 보는 건 경솔한 분석"이라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경협을 통해 러시아를 견인하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경제적 타격을 불사하고서라도 안보 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는 걸 이미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기존 협력체에서 이탈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러관계를 설정하는 건 오히려 향후 협상에서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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