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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떠나고 8년간 폐지 등 주워
기존 재산 일부 합쳐 장학금 마련
어릴 때부터 살림 도맡아 학교 못 가
"배움에도 때가 있어… 도움 됐으면"
11일 전북 전주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 유항검홀에서 열린 '희망2025캠페인 유공자 시상식'에서 폐지 등을 모아 장학금을 기부한 박순덕(90) 할머니가 꽃다발을 들고 앉아 있다. 정읍시 제공


"어릴 때 배움의 기회를 놓쳐 평생 한(恨)으로 남아,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고향에 장학금으로 보냈어요. 저처럼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한이 풀릴 것 같아요."

폐지와 깡통을 주워 번 돈으로 고향인 전북 정읍시에 장학금을 기탁해 온 박순덕(90) 할머니가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1일 전주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에서 '희망2025캠페인 유공자 시상식'을 열고 박 할머니의 공로를 기렸다. 박 할머니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게 늘 소원이었다"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 큰 상까지 주시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6남매 중 셋째였던 박 할머니는 아버지가 일찍 작고해 어릴 때부터 살림을 도맡았다. 언니는 일찍 시집을 갔고, 어머니와 오빠는 생계를 위해 일하러 나가면서 박 할머니가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박 할머니는 "여덟 살이 됐는데도 학교에 가지 못하니 너무 속상했다"며 "또래 아이들이 가방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펑펑 울었다"고 회상했다. 박 할머니는 속상한 나머지 길거리에서 연필과 종이를 주워 동네 어른들에게 글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때마다 어른들은 박 할머니에게 '글 배워서 뭐하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스무 살에 결혼하면서 고향을 떠난 박 할머니는 여전히 마음 한편에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아이 셋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박 할머니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2017년부터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내가 밥을 굶더라도 내 고향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시켜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돈을 모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박 할머니가 폐지·깡통 등을 주우며 번 돈은 하루 최대 6만 원. 힘들게 번 돈인 만큼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는 "제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어서 정부에서 매달 100만 원씩 지원해준다"며 "자녀 세 명 다 장성했고, 저 역시 아픈 데도 없어 그 돈으로 생활하는 데 충분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21년부터 고향에 장학금을 기탁하기 시작했다. 장학금은 박 할머니가 갖고 있던 재산 일부와 폐지 등을 주워 모은 돈 등으로 마련됐다. 5년간 전달한 장학금만 무려 1억9,600만 원. 그 덕에 정읍 칠보면에 사는 학생 168명이 혜택을 받았다.

"살아보니 '배움이 곧 삶의 힘'이더라고요. 배움에도 때가 있다잖아요. 학생들은 지금 이 시기를 소중히 여기고 학업에 전념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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