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통령 당선인 "민주화 이후 최악 정부 수반"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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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최근 폴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민족주의 우파 진영에 패한 친유럽·자유주의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내각이 의회에서 재신임받았다.
폴란드 하원은 11일(현지시간) 투스크 총리 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43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투스크 총리가 스스로 제안한 이날 신임투표는 애초에 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 많았다.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시민연합(KO)과 좌파연합 레비차, 기독보수 '제3의 길'의 의석 합계가 242석으로 하원 재적 460석의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투스크 총리는 이달 1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자신이 이끄는 시민연합(K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법과정의당(PiS)의 지원을 받은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에게 패배하자 이튿날 신임투표를 자청했다.
2023년 12월 집권한 투스크 총리는 이전 8년간 PiS 정권에서 반유럽과 민족주의로 기운 폴란드를 되돌리겠다며 언론·사법·여성인권 등 여러 분야 개혁 작업을 약속했다.
그러나 PiS 측이 대통령의 법안거부권 등을 무기로 투스크 내각의 친유럽·자유주의 정책을 발목잡아 왔다. 연임하고 오는 8월 물러나는 안제이 두다 현 대통령은 2015년 첫 당선 직후 탈당했지만 PiS 측 인사로 분류된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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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로스와프 카친스키 PiS 대표는 대선 직후 내각을 해산하고 모든 정당과 협의해 정파와 무관한 전문가들로 정부를 다시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투스크 총리는 내달 내각을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목표로 뭉친 연정 파트너들 사이에도 이념 차이가 작지 않아 2027년 차기 총선 때까지 정부를 원활히 운영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투스크 총리는 2023년 10월 총선 당시 유럽에서 가장 제한된 낙태권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제3의 길 등 연정 내 보수세력의 반대에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투스크는 (민주화를 이룬) 1989년 이후 최악의 정부 수반"이라며 "연정을 계속 유지하려면 총리를 바꾸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의 길 소속인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은 "대선에서 1천만명 넘는 유권자가 투스크 아닌 트샤스코프스키에게 투표했다"며 대선에서 떨어진 현직 바르샤바 시장 트샤스코프스키로 총리를 교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폴란드 매체 TVP는 "투스크 정부가 신임안 가결로 시간을 벌었다"며 "나브로츠키가 8월 취임하고 연정 파트너들이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혼란의 끝이 아닌 일시적 중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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