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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빌라 밀집 지역./한국경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4일부터 비아파트에 대한 6년 단기 등록 임대주택 제도가 재도입된다고 한다. 2020년 7월 10일에 있었던 7·10 조치로 인해 폐지가 된 이후 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그동안 집값이 오른 것은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 때문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그동안 ‘투기꾼’으로 몰아붙였던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사비 급증이나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주택 착공이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은 적어도 2028년까지는 점점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빌라가 많은 이유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주택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시그널이 나오면 과거에는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을 대거 공급하면서 그 위기를 모면해왔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는 최소 3년이 필요하지만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을 공급하는 데는 6개월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아파트 시장에서 공급 부족 시그널이 나오더라도 충분히 이를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주택 공급 부족 지역인 서울에서 빌라의 비중이 높은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아파트 중에서 14.9%만이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반면, 다세대주택(빌라)의 경우는 서울의 비중이 무려 36.4%에 달한다. 서울 사람들은 아파트를 싫어하고 빌라만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재건축 규제 강화 등으로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자 빌라를 지어 그 부족분을 채워 넣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경고가 있더라도 정부에서는 그런 경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왔다. 진짜로 공급이 부족한 시점이 다가오면 빠르고 쉽게 지을 수 있는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해 주택 부족분을 채우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편법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되었다.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 시장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다음 표는 지난 7년간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의 착공 실적을 월평균으로 나타낸 것이다.(2025년 통계는 국토부 최신 발표 자료인 4월분까지 반영한 것인데 누적이 아니라 월평균 개념이기 때문에 과거 통계와 비교하기에 무리가 없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21년까지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 시장에는 문제가 없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월평균 8855채의 비아파트 주택이 공급되었다. 범위를 넓혀 2016년부터 따져봐도 2021년까지 월평균 착공 물량은 1만1471채나 되었다.

그러던 것이 2022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23년부터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최근 3년간 월평균 착공 물량은 2985채로 2019~2021년 착공 물량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고 2016~2021년 착공 물량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중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든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전세사기 문제와 2023년부터 시작된 보증보험 한도 축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일부 악덕 임대인으로부터 선량한 다수의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도 정부의 의무이고, 보증보험 한도를 축소하여 혈세가 낭비되지 않게 하는 것도 정부의 의무이다. 여기까지는 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열심히 일을 할수록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빌라 투자 생태계를 살리고자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빌라 수요 늘리려면 무주택자에게 손 내밀어야그러면 빌라에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집값 상승 가능성이 적다. KB국민은행 통계가 시작된 1986년 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61%에 달하는 반면 빌라가 포함된 연립은 172%밖에 오르지 않았다. 빌라가 많은 서울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656%에 달하는 반면 빌라가 포함된 연립은 185%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빌라에 투자해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빌라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수익률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빌라의 상승률이 아파트 상승률의 3분의 1에 불과하더라도 빌라의 실투자금 비율이 3분의 1보다 더 적다고 하면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빌라가 더 높다.

결국 빌라 투자의 장점은 매매가 대비 높은 전세가에 있다. 빌라의 전세가가 매매가 대비 높았던 까닭은 ‘서민의 주거지’라는 이유로 과거 정부에서 높은 수준의 전세 보증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세사기가 불거질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고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축소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투자 환경이 되자 빌라 투자 시장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빌라를 사려 하지 않으니 빌라를 지으려는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빌라 착공 물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의 수요를 늘리고자 그동안 투기꾼 취급을 했던 다주택자에게 손을 내미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빌라 생태계하에서 빌라에 투자하려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당근이라고 나온 대책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취득세 중과 배제나 양도세 중과 배제의 경우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과연 혜택인지 의문일 것이다. 백화점에서 원래 10만원에 팔던 물건을 바겐세일 직전에 20만원으로 인상하고 나서 세일 기간 중에 50% 세일한다고 광고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과거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주었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은 이번 조치에서 언급도 없다. 혹시나 이번 조치로 집값이 급등해 정부가 욕을 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원인은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다. 과거 주택 임대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투기꾼 취급하면서 약속했던 세제 혜택을 소급해서 박탈했던 것이 채 5년도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기사 댓글이나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투자했던 사람이 손실을 보면 정부에서는 가만히 있을 것이지만 만약에 이익을 보면 정부에서 소급 적용하면서 약속했던 혜택을 박탈할 것이라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주택 임대사업에 뛰어들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다주택자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가 빌라를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 100% 감면, 양도세 면제와 같은 혜택을 부여한다면 지금보다는 수요가 살아날 수도 있다.

만약 다주택자들에게 이런 혜택을 부여한다면 특혜라고 난리가 날 것이지만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는 이 정도의 혜택은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방법도 상대적으로 낫다는 뜻이지 본질적인 해법은 되기 어렵다. 무주택자도 수익률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파트보다 집값이 덜 오르는 빌라에 투자하기는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아파트 시장에 국한된 이번 조치를 아파트 시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이런 조치가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지방 아파트 시장에 한정하여 이번 조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수도권 집값과 점점 벌어지고 있고 미분양 문제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 주택 시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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