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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거리에 시중은행들의 ATM이 설치돼 있다.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은행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정권교체기를 활용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이자 장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정권 말기 대출 유인을 높이며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더니 오는 7월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 심리가 확산되자 새 정부 출범 직전 대출금리를 줄인상했다. ‘가계대출 관리’를 명분으로 삼았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수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했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반대로 올라 이사를 앞둔 소비자 부담은 더 커졌다.

◆수요 늘자 금리 역주행

“매번 대출 오픈런에 실패했는데 그사이 금리가 올라가서 너무 화가 나요.”

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인선을 고민하는 사이 일부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가계대출 수요 조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우리은행은 대출 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0.06%포인트 인상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3.95~5.45%(5월 30일 기준)에서 현재 연 4.01~5.51%로 올랐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고정·변동형 가산금리를 0.29%포인트 높였다.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1~6.8%에서 연 3.91~7.1%로 올랐다. 지난 5월만 해도 케이뱅크 주담대는 업계 최저 수준의 평균 대출금리(3.75%)를 제공했지만 지난 1분기 인터넷은행 중 홀로 역성장한 점이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수신 잔액이 늘며 이자 비용이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대출금리는 올리고 규제는 풀었다. 6월 4일부터 비대면으로 판매했던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했다. 대출금리는 연 3.70%에서 연 3.87%로 높아진다. 대면 영업에서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연 4.05~5.45%(5월 30일 기준)에서 현재 연 4.09~5.49%로 0.04%포인트 올렸다. 150건으로 제한했던 비대면 주담대 1일 접수 한도는 500건 이상으로 늘렸다.

반면 예·적금 금리는 하락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선 연 3%대 정기예금 금리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년 만기 대표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2.15∼2.63%로 집계됐다(6월 3일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도 일제히 예금금리를 낮췄다.

은행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국은행은 5월 2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2.5%로 결정했는데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다음 날 예금금리부터 발 빠르게 내린 것이다. 대출과 예금금리의 격차(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지게 되면 그 차액은 다 은행 이익이 된다.

이미 은행들은 역대급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1분기 6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3000억원)에 비해 28.7%(1조5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시중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30.3% 늘어난 3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모바일 대출 ‘오픈런’

“밤 12시 10분, 오전 6시, 오전 9시…요새 이자값이 싼 곳이 있다고 해서 매일 알람을 설정해 놨어요. 은행 앱마다 대출 신청 ‘시작’ 시간이 다르거든요.”

일주일 전 일부 은행의 비대면 대출 창구(모바일 앱)에선 대출을 받기 위해 오픈런(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 구매하는 행위)이 나타났다.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대출 수요가 몰리자 은행들이 지난 2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조였던 대출 규제를 풀었다. 공교롭게도 전 정부 말에 은행권이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 것이다.

국민은행 모바일 앱 스타뱅킹의 경우 비대면 신청자에 한해 별다른 조건 없이 연 3.44%(최저) 대출금리를 제공하자 수요가 몰렸다. 다른 시중은행 대비 0.2~0.7%포인트가량 저렴한 금리를 제공한 것. 수요 급증에 국민은행은 접수 건수를 하루 150건으로 제한했는데 해당 상품은 매일 새벽 시간대에 조기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시중은행 평균 금리(4.06%)보다 저렴한 금리(3.75~3.87%)를 내세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영업 시작과 동시에 대출한도가 동나는 현상이 이어졌다(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만기 10년 이상 기준).

다른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대출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비대면 대출은 데이터 기반 심사로 상대적으로 연체 가능성이 낮은 우량 차주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해 제공하는 하나원큐 아파트론 대출 한도를 기존 최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2배가량 늘렸다. 서울 마포구, 성동구 등 비규제지역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15억원짜리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거의 꽉 채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주담대 한도도 기존 5억원에서 7억원으로 늘렸다.

농협은행은 공무원 전용 상품인 NH공무원대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상품은 3개월 이상 근무한 공무원이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다. 국민은행(3억원), 우리은행(3억원)과의 한도 경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농협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의 6월 실행분 접수 한도가 소진돼 중단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에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며 하단을 3.46%까지 내렸다. 우대금리가 올라가면 실제 대출금리는 그만큼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신한은행은 6월 4일부터 대출 문턱도 확 낮췄다. 현재 30년인 주담대 최장 만기를 지역이나 자금 용도 등에 관계없이 40년으로 연장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DSR 규제 등을 고려할 때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완화했다. 신한은행은 그간 서울 지역에서는 대출 실행 당일 집주인(임대인)이 바뀌는 조건의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은행 측은 “현재 자체 가계대출이 전년 대비 약 2조원이 줄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은 폭증했다. 금융권 전체로는 6조원 이상 늘었고 5대 은행의 지난 5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원에 육박했다. 연중 최고치다. 2024년 9월 이후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주담대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주담대는 4조2316억원 늘었다. 지난 4월 증가폭(3조7495억원)보다 더 확대됐다. 신용대출도 8214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래픽=송영 기자


돋보기
7월 시행 3단계 DSR, 대출 3000만원 덜 받게 된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주택청약, 부동산 매입 등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들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금융 소비자의 대출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전 금융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이 대상이다. 수도권은 1.5%, 지방은 0.75%로 스트레스 DSR이 부과된다. 7월 1일 이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거나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온 경우 적용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수도권의 경우 주담대 한도가 기존 대비 1000만~3000만원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에서 30년 만기, 연 4.2% 금리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2단계 적용 시 대출 한도는 6억3000만원이다. 3단계를 적용하면 5억9000만원을 대출받게 된다. 약 3300만원(5%)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픽=송영 기자


김태림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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