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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강아지 털 누르고 문지르면 작아져
같은 원리로 적혈구 엉키는 피브린 섬유 압축
11%만 제거 가능하던 단단한 혈전도 90% 없애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의 자오 루이커(오른쪽) 교수와 의대 방사선과 제러미 하이트 교수가 혈관 모사 장치에서 미세 회전장치가 혈전을 제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미 스탠퍼드대


샤워하다가 배수구에 모인 머리카락을 보면 어떻게 할까. 머리카락을 손바닥에 얹고 양손을 문지르면 작은 공처럼 줄어들어 버리기 쉬워진다. 강아지나 고양이 털도 마찬가지다. 일상 속 경험이 심장마비와 중풍을 막는 의료 기술로 발전했다. 혈관을 막는 피떡, 혈전(血栓)을 머리카락처럼 뭉쳐 제거하는 방법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의 자오 루이커(Ruike Renee Zhao) 교수와 의대 방사선과 제러미 하이트(Jeremy Heit) 교수 연구진은 “혈전을 이루는 섬유성 단백질을 뭉쳐 압축하는 방법으로 혈전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머리카락 뭉치듯 혈전 부피 5%로 줄여
혈전은 실 같은 피브린 단백질이 그물처럼 적혈구들을 붙잡아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이룬 상태다. 혈전이 뇌로 가는 산소를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이때 의사들은 1분 1초를 다툰다. 빨리 혈전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 뇌세포를 더 많이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은 첫 번째 시도에서 혈전을 성공적으로 제거하는 비율이 50%에 그친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혈관에 미세 회전장치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하이트 교수는 “현재 기술로 11% 정도만 제거할 수 있는 단단한 혈전도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첫 번째 시도에서 90% 제거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혈전이 유발하는 뇌졸중과 심근경색(심장마비), 폐색전증 등을 같은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현재 의료진은 기계장치로 혈전을 제거한다. 혈관에 가는 관을 넣고 진공청소기처럼 혈전을 빨아들이거나, 스텐트(stent,혈관확장용 미세 관) 모양의 금속 망을 펼쳐 혈전이 엉겨 붙도록 하고 빼낸다. 하지만 처음에 성공할 가능성이 절반에 그치고 15%는 몇 번씩 해도 실패한다. 혈전을 변형하거나 부수다가 도중에 깨져 작은 조각이 아예 접근하기 힘든 곳에 끼어들 수도 있다.

논문 교신 저자인 자오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미세 회전정치(milli-spinner)의 장점은 압축과 전단력을 가해 혈전 부피를 크게 줄여 부수지 않고 쉽게 빼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실험에서 혈전을 원래 부피의 5%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원리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다. 머리카락이나 강아지 털처럼 부풀어진 물질을 두 손 사이에 두고 압축하면서 문지르면 미끄러져 끊어지는 전단력이 작용해 작은 공 모양으로 크게 수축한다. 혈관에서 미세 회전장치를 돌리면 마찬가지로 압축과 전단력이 작용해 피브린들을 뭉쳐 쉽게 빨아들일 수 있다. 피브린에서 풀려난 적혈구는 혈관으로 흘러간다.

그래픽=정서희

결석 제거에도 응용, 상용화 추진 중
자오 교수는 원래 혈관을 돌아다니는 의료용 초소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었다. 로봇의 구동력을 만든 회전장치가 혈관에 국소적으로 흡입력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혈전 제거 기술로 발전시킨 것이다.

자오 교수는 “로봇용 회전장치를 혈관에 시험했을 때 혈전의 색이 빨간색에서 흰색으로 바뀌고 부피가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관찰했다”며 “솔직히 마법처럼 느껴졌지 당시에는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백 번 회전장치 설계도를 고치면서 머리카락 뭉치를 수축하는 것과 같은 원리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현재 혈관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면서 혈전을 제거하는 이동형 미세 회전장치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오 교수는 “우선 혈전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잠재적 용도는 더 많다”며 “이미 미세 회전장치의 국소 흡입 기능을 사용해 신장의 결석 조각을 포획하고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스타트업을 세워 가까운 시일 내 임상시험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049-0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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