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늘 그랬듯 오늘 점심 장사도 손님이 보시다시피 별로 없어서요, 평소에도 이 정도예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기고 나서 3년 간은 쭉 이랬어요. 손님도 뚝 끊겼고, 매출도 안 나와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15년째 보쌈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자(58)씨가 지난 10일 오후 1시쯤 한숨을 쉬면서 한 말이다. 청와대에서 직선거리로 500m쯤 떨어져 있는 이 식당에는 관광객이 아닌 동네 주민들이 주로 앉아 있었다. 식사 시간대이지만 빈자리도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3년 전 용산으로 옮긴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다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청와대 관람이 곧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자 인근 상인들은 기대와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상주 인력이 와서 밥을 팔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상인도 있지만, 관광객 수요에 기댔던 상인들은 매출에 타격이 올 것을 우려했다.
대통령실 복귀를 반기는 곳은 주로 김씨의 보쌈집처럼 주민이나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다. 김씨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후 매출액이 절반 넘게 줄어 가게를 내놓으려고 했다”며 “청와대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10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인근의 한 식당. 이 식당의 주인은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나서 매출이 절반 가량 줄었다고 했다. /김관래 기자
청와대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청와대 직원과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단골이었는데, 그분들이 용산으로 나간 뒤 매출액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대통령실이 돌아오면 고정 고객이 생겨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대감은 부동산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종로구 청운동·통인동 일대 가게를 내놨던 일부 상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지난 3년간 관광객 수요가 컸던 곳은 반대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청와대 관람객은 한 달에 10만~20만명 정도다. 하루에 3000~6000명이 청와대를 방문하면서 일부는 주변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페를 들렀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복귀를 공언한 이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자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약 1만5000명이 청와대를 관람했다.
10일 오후 1시쯤 청와대 인근 식당가. /김관래 기자
청와대 춘추관 인근에서 13년째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하모(49)씨는 “최근 청와대 관람이 종료될 것이란 소식에 다시 관광객이 몰려 예약이 꽉 찼다. 관람이 완전히 중단되면 점심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삼청동은 관광객이 주 고객층이라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복귀하면 인근에서 과거처럼 집회·시위가 연일 벌어져 교통 체증과 소음 피해도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청와대 인근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원모(72)씨는 “집회가 열리면 손님들이 이 동네로는 발길을 끊어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세월호 참사 때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당시 경찰 기동대가 하루 400~500명씩 찾아왔다”면서 집회도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