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올해 시 주석의 방한이 유력한 상황에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양국 사이에는 껄끄러운 이슈가 적지 않다. 시 주석은 '핵심이익' '산업 공급망' 등의 뼈 있는 표현으로 견제구를 날렸다. 대선 과정에서 '셰셰'(중국어로 고맙다)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화기애애했던 30분 통화, 냉랭했던 한중관계 풀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중관계는 냉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우선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출발은 긍정적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에 이견이 없었다. 한한령(중국의 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 대통령은 경제, 안보, 문화, 물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기대한다며 후속 논의를 예고했다. 아울러 10월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했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동시에 뼈 있는 말도 오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산업 공급망'을 언급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과 우방의 결속을 '소집단'이라고 비판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의 상황을 알면서도 은근히 압박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관련 문의에 즉답을 피하며 "구체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방향 설명"이라고 말을 아꼈다.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과 되풀이되는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 등 한국을 위협하는 안보 현안도 적지 않다. 이에 더해 중국은 서해에 항공모함을 투입해 해상훈련에 나섰다. 향후 이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자칫 '저자세 외교'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전직 외교차관 출신 고위 관료는 ""며 "기존 양자 대화 채널과 한중일 3국 대화체를 통해 소통 공간을 확보하고 입지를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한중관계 개선은 미국에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춰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이 이 대통령 당선 축하 논평에 이례적으로 '중국의 개입'을 언급할 정도다.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이 거론한 '상호 핵심이익'은 대만 문제를 건들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이에 맞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중국의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전직 고위 관료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시 주석보다 이시바 일본 총리와 먼저 통화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환영했다"며 "유럽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관계를 설정하는 것처럼, 한미동맹을 중시하더라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문재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