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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윤석열 관저 뇌물’ 수사 요청, 최재해 복귀 뒤 “추정이었다” 황당 뒤집기

랭크뉴스 | 2025.06.11 08:18:02 |
감사원 사무처, 수사요청 국·과장엔 징계위도 없이 “규정 위반” 발표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지난 3월13일 최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업무 복귀하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자신들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저 시설물 뇌물 혐의에 대해 “추정과 가정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국회 요구로 재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감사원 사무처가 임의로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반면 검찰은 기존 감사원 판단에 따라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일선 수사부서에 배당까지 했다. 감사원 입장이 180도 바뀐 이유를 찾으면 ‘최재해 감사원장 복귀 이후’라는 것뿐이다. 합의제 헌법기관으로 운영돼야 할 감사원의 독단적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사건은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10일 감사원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 공사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공사 당시 경호처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로 지난 1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수사를 요청할 당시 감사원은 최재해 원장이 관저 부실·봐주기 감사 논란 등으로 탄핵소추되며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지난해 9월 나온 관저 의혹 감사 결과를 두고 최재해 감사원장·최달영 사무총장과 충돌했던 조은석 감사위원이 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뒤 관저 이전 의혹 감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골프 시설 용도로 검토됐던 미등기 건물의 공사비가 대납 된 정황을 파악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은 감사원으로부터 수사 참고자료를 받은 직후 이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배당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장’ 조은석→최재해 바뀌자 표변

수사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던 조은석 직무대행은 1월17일 퇴임했고, 최재해 감사원장은 3월13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복귀했다. 최 원장 복귀 직후 윤석열·김용현 수사 요청에 관여한 감사원 간부(장난주·김혁)들은 좌천 인사와 동시에 감찰을 받고 있다. 급기야 감사원은 ‘윤석열 뇌물 수사 요청’ 한겨레 보도에 대해 10일 기존 판단을 뒤집는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경호처장에 대해 뇌물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객관적 증거가 아닌 추정과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간 감사원은 범죄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하면 고발 또는 수사 요청을, 여러 상황을 종합해 범죄 정황 증거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사 참고자료를 검찰에 넘겨왔다. 이런 기준에 따라 ‘정황 증거’로 판단한 사안을 불과 5개월 만에 감사원 스스로 “추정” “가정”이었다고 주장하며 깎아내리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감사원은 또 “해당 수사 참고자료는 현대건설이 대가 없이 골프연습시설 공사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최근 국회 감사요구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관저 이전 관련 추가 감사 과정에서 경호처 예산으로 현대건설에 공사비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월 부실·봐주기 비판이 쏟아진 관저 이전 의혹 감사에 대한 재감사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감사원은 관저 이전 의혹 2차 감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을 2개월 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결과는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까지 수사에 착수한 사안에 대해 사무처 마음대로 뇌물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태”라고 했다.

특히 ‘최재해 감사원’은 1차 감사 당시 관저 공사에 투입된 경호처 예산 내역을 감사했다고 했지만, 정작 뇌물 혐의가 불거진 골프 시설 용도 건물은 감사보고서에서 빠졌다. 윤 전 대통령 측근인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서울 용산구청에 허위공문을 보내면서 2년 넘게 미등기 상태로 건물의 존재가 은폐됐었는데, 이를 1년8개월 동안 감사를 하면서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한겨레 연속 보도를 통해 경호처가 ‘현대건설과 1억3천만원에 계약했다’는 미심쩍은 해명을 뒤늦게 내놓자,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경호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지만 대형 건설사와의 계약이고, 액수도 미미해 감사를 하지 않았다”(최재혁 당시 행정안전감사국장)고 주장했다. 회계검사를 핵심으로 하는 감사원 감사 업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명이었다.

‘조은석 감사원’은 검찰에 보낸 수사 참고자료에서 ‘미등기 은폐 등에 비춰볼 때 공사 비용 가운데 일부는 무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로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경호처장 공관 공사비도 경호처 간부가 업체에 대납시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재해 감사원’의 이런 황당한 입장 번복은 검찰 수사에 이어 김건희 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 수사까지 예상되는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 대검 관계자는 “감사원 수사 참고자료는 말 그대로 참고만 하는 때도 있지만, 이 사안은 일선 수사부서에 배당돼 수사가 개시됐다”고 전했다. ‘최재해 감사원’의 “추정” “가정” 주장과 달리 수사기관인 검찰은 ‘무상 공사’ 가능성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김용현 뇌물 의혹 ‘마사지’한 감사보고서

검찰이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배당한 것은, 앞서 감사원이 수사 의뢰했던 경호처 전 간부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해 경호처 시설 및 대통령실 공사 비용 일부를 공사업체에 대납시킨 혐의로 해당 간부를 수사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공사비 대납(1억7600만원)이 이뤄진 경호처 시설을 ‘출동대기시설 등’으로 표기했다. 그러나 실제 감사원 조사에서는 김용현 경호처장 공관 및 김종철 경호처 차장(현 병무청장) 공관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공관 주인’인 김용현 등을 뇌물 혐의 등으로 조사하지 않았고, 감사보고서에서는 ‘출동대기시설’로 뭉뚱그려 공사비 대납 대상이 경호처장·차장 공관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통령 최측근을 위해 용어 마사지를 해준 것”이라고 했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반부패수사부가 아닌 마약 수사 등을 하는 강력부에 배당했고, 강력부는 김용현 등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경호처 간부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뇌물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인은 “전형적인 봐주기·꼬리 자르기 행태”라고 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최달영의 ‘보복’…감찰 끝나기도 전에 ‘징계 사유’ 확정

최재해 감사원은 윤석열·김용현 두 사람을 수사 요청하는 데 관여했던 장난주 감사교육원 교수와 김혁 재심의담당관에 대한 감찰을 하고 있다. 감사원은 한겨레가 ‘최재해·최달영의 보복 인사·감찰’을 보도하자,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수사 참고자료 작성·송부 과정에서 감사원 규칙에서 정한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감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따라서 징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는데 사무처 마음대로 징계 사유를 이미 확정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징계를 하라는 감찰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이 밝힌 감찰 사유는 “추정” “가정”에 근거해 수사 참고자료를 작성했다는 것 외에도 최달영 사무총장 결재를 거치지 않고 대검에 자료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 참고자료 송부 당시 최 사무총장은 결재라인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조은석 원장 직무대행이 ‘감사 의지가 없다’며 직무배제를 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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