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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이 대출 마진을 큰 폭으로 확대해 높은 금리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을 지키도록 압박하면서, 인위적인 금리 인상을 유도한 결과다. 시장 원리를 벗어난 관치 금리에 금리 경쟁이 실종되고 소비자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은행, 주담대 원가 하락 할 때, 마진 되레 올려
10일 중앙일보가 은행연합회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4월 신규 주택담보대출(분할 상환 방식)의 기준금리(연 2.79~연 2.85%)는 지난해 4월(연 3.79%~연 3.87%)과 비교해 약 1%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주담대 기준금리란 은행이 대출에 쓸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이 되는 금리다. 대출의 원가에 해당한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지자 은행 주담대 기준금리도 하락했다.
김영옥 기자

대출의 자금 조달 비용이 떨어지면, 은행들은 통상 대출 금리도 낮춰 소비자 유치 경쟁을 한다. 하지만 올해 4월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연 3.95%~연 4.18%)는 지난해 4월(연 3.75%~연 4.13%)과 비교해 오히려 소폭 올랐다. 은행들이 대출 원가 하락에도, 오히려 그만큼 마진을 확대해 금리를 더 높게 받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주담대 마진(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은 지난해 4월(연 –0.12~연 0.27%) 대비 올해 4월(연 1.13~연 1.37%) 1%포인트 넘게 올랐다.



“대출 총량 안 지키면 패널티” 압박에 은행 마진 급등
은행들의 ‘거꾸로 영업’ 행태는 금융당국이 조장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6월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먼저 반영해 대출금리 낮췄다. 하지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은 대출 총량 목표를 지키지 않는 은행에 패널티를 주겠다고 압박했다. 이후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렸다.

실제 5대 은행의 주담대 마진은 지난해 8월까지 연 0.1%~연 0.64%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연 1.27%~연 1.55%)에는 1% 초중반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확대한 마진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잠잠해진 올해까지도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과거 자금 조달 비용이 비슷했던 시기와 비교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코픽스(2.7%·8개 은행 대출조달금리)와 비슷했던 지난 2013년 12월과 2013년 5월의 신규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각각 연 3.74%와 연 3.77%였다. 하지만 올해 4월은 연 3.98%로 이보다 0.2%포인트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총량을 월별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이 원래 형성될 대출금리보다 금리를 더 올려 가계대출 수요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압박에 원가 싼 변동금리 상품 고정보다 높아
관치로 인한 금리 왜곡은 고정과 변동금리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의 5년 주담대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MOR)는 연 2.8%로,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6개월 MOR(연 2.55%)보다 0.25%포인트 높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반대다. KB국민은행의 10일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66~연 5.06%로 변동금리(연 4.09~연 5.49%)보다 0.4%포인트가량 낮다.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자금조달 비용이 고정금리보다 저렴하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변동금리 상품이 높게 설정된 것이다. 이런 경향은 다른 은행도 유사하다.
서울 한 은행 지점 앞에 게시된 담보대출 광고. 연합뉴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손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개입에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소비자 선택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중 고정금리(신규취급액 기준) 대출 비중은 89.5%에 달한다.



대환대출 반의 반토막, 금리 인하권도 무용지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대출 금리 인상을 방치하다 보니, 은행의 높은 금리를 견제할 장치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10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받은 ‘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실적’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주담대를 갈아탄 이용자는 5909명으로 지난해 1~4월 이용자(2만2423명)의 26.3%에 그쳤다. 같은 시기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이동한 대출 이동 규모도 4조1134억→1조2470억원으로 급감했다.
김영옥 기자

대환대출 인프라는 비대면으로 대출 상품을 비교해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은행권 독과점을 막고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엄격한 은행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관리해야 할 대출 총량에 대환대출 실적까지 포함시켰다”면서 “대출 총량을 늘리면 안되는 은행들은 대환대출 신규 소비자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요구권 수용률도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5대 은행의 금리 인하요구권 수용률은 18.8%로 2022년 하반기(29.95%)보다 10%포인트가량 더 낮아졌다. 10건을 신청해도 2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추경호 의원은 “대환대출이나 금리 인하요구권을 통해 대출 소비자가 은행의 높은 금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제를 중심으로 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떠넘기는 현재의 정책이 대출 금리 왜곡을 부르고 있다고 짚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에 알아서 대출 증가세를 맞춰오라고 하면, 금리를 높이는 방법 외에는 관리할 수단이 없다”면서 “이는 결국 소비자의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금리는 원칙적으로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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