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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尹→김성훈 비화폰 삭제 지시 정황 포착
'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 추가, 소환 통보
경호처 실무진 보고서 써가며 10일 넘게 저항
尹 측 "지시한 적 없어,  서면 의견서 제출할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중 명태균씨와의 전화통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지급된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는 지시에 대통령경호처 경호관들이 강하게 저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실제 삭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 지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을 통해 경호처 실무진에게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에게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기존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에 더해 경호공무원(김성훈 전 차장)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를 추가 적용해 12일까지 출석하라고 2차 소환 통보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2차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군 사령관 3명의 비화폰을 원격 로그아웃(삭제)하라는 지시를 경호처 실무자들이 이행하지 않으려 10일 넘게 애쓴 정황을 포착했다.

12·3 불법계엄 이후 비화폰 삭제 정황. 그래픽=김대훈 기자


앞서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차장에게 "네가 통신을 잘 안다며. 서버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느냐"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다시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조치해야지? 그래서 비화폰이지?"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경호처 실무진에게 이 같은 지시를 하달했고, 누구 지시냐고 묻는 실무진에게 "대통령 지시"라고 했다. 그러나 경호처 실무진은 김 전 차장의 해당 지시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에 응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호처 실무부서는 지시 후 5일 뒤인 지난해 12월 12일 '처 보안폰 보안성 강화 방안 검토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 중 '검토사항' 형법 155조(증거인멸) 관련 대목엔 '24.12.07 지시사항-전체 단말기 내 데이터 삭제' 부분이 빨간 글씨로 표기됐다. 일부러 도드라지게 한 이유에 대해 실무진은 "(지시를 내린 김 전 차장이) 뜨끔하라는 의도로 글씨 색깔을 바꿨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16일 간부회의에서도 재차 "보안 조치하라"고 했고, 간부들은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 전 차장은 "내가 책임진다잖아.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한 경호처 간부는 급기야 "대통령이 시켜도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 역시 "(원격 로그아웃 시) 깡통폰이 돼 안 된다"는 취지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화폰 삭제 지시는 끝내 이행되지 않았다.

김성훈(오른쪽)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정다빈 기자


경찰은 대통령 지시가 없었다면 김 전 차장이 반복해 실무진에게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을 거고 실무진이 보고서까지 남기며 대항하지 않았을 거라 보고 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과 김 전 차장 입장은 다르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한국일보에 "(12월 7일 사령관 비화폰 삭제 관련해)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특수공무집행방해, 대경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 자체를 부인하며, 경찰에 내일(11일)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차장 측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이 지시받은 '보안조치'는 삭제가 아닌 보안을 강화하란 취지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이 윤 전 대통령에게 3차 출석 통보를 한 뒤 신병 확보 필요성 등을 검토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의견서를 받은 뒤 향후 조사 방법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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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0918310001748)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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