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30분간 통화…이 대통령 “경제·안보·문화 교류”
시 주석 “올바른 궤도로 발전을”…양안 문제 등 간접 언급
시 주석 “올바른 궤도로 발전을”…양안 문제 등 간접 언급
주요 3개국 통화 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한·중관계 발전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올인’ 기조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외교’ 기조를 지키며 대중 관계를 순조롭게 관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3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공통적으로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안보, 문화, 물적 교류” 등 영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다방면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협력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시점상 의례적 인사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양국 간 ‘한랭전선’이 심화한 상황에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서로 관계 회복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대중 외교 노선에서는 윤석열 정부 외교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달 26일 “(중국은) 중요 무역상대국이자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며 “지난 정부에 최악에 이른 한·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후보 시절 “한·미 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하고 원수질 일은 없지 않으냐”고 말하는 등 실리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미·일 밀착 일변도를 보인 윤석열 정부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올해 하반기에 성사될 거라는 관측이 많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했다. 중국이 내년 APEC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한·중 정상의 상호 방문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화 후 엑스 계정에 “금년과 내년 APEC 의장국인 양국이 APEC을 계기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양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함께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중국은 윤석열 정부 때 결속이 강해진 한·미·일 구도를 재조정하고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중·한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확고히 견지하자”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쌍방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양자 관계의 큰 방향을 확고히 해 중·한관계가 항상 올바른 궤도를 따라 발전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협력을 강화하더라도 대만과의 양안 문제 등에서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언급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중 양국 간에도 민감한 이슈들은 남아 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장기화된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문제, 최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 문제 등이 양국 관계 경색을 부를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국내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산한 한국 내 혐중 정서 극복도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