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해외 정상과의 통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약 30분간 통화에서 양국 관계 발전에 공감하며 인적·문화적 교류 강화와 경제 협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 도출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방한을 초청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정상과 통화한 것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이어 세 번째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양국이 호혜·평등의 정신 아래 경제·안보·문화·인적 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추진을 강조하며 호응했다. 다만 중국 측 반응에는 새 정부의 외교에 대한 견제가 적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간 신뢰 증진과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공동 수호" "글로벌 및 지역 산업 공급망의 안정 보장"을 언급했다. 이어 "쌍방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모두 중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말이다. 시 주석이 말한 한중 협력과 신뢰 증진에는 한국을 미국보다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쌍방의 핵심 이익 존중'이란 표현에도 대만 문제와 주한미군의 사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해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주 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둔 이 대통령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이나,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한중 정상 통화는 새 정부가 직면한 과제를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보다 이시바 총리와 먼저 통화한 것도 실용 외교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무역 비중과 한반도 평화를 감안할 때 중국과의 관계 유지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기조에서 '안정적 중국 관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는 한중 정상 간 첫 소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