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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 6·3 대선 완주해 291만 표 득표
강찬호 논설위원
6·3 대선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가능성과 한계를 다 보여줬다. 갓 마흔 나이에 3석 군소정당 후보로 출마해 8.34%를 득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연합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과반 당선을 저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20·30대에서 20~30%대 지지를 얻고 TV 토론에서 이 후보를 날카롭게 추궁해 ‘보수의 미래’로 부각됐지만, 거친 발언으로 역풍에 휘말리는 한계도 드러냈다. 대선 후보에서 국회의원으로 돌아간 그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덕수 파동으로 1주일 낭비, 뼈아파”

Q : 국민의힘이 단일화하자고 읍소했지만 완주했습니다.

A :
“어떤 조사에서도 단일화하면 이긴다는 게 없었어요. 김문수(41.15%)·이준석(8.34%) 최종득표율 합하면 이재명(49.42%) 이겼을 거라는데, 그랬다면 권영국 후보(0.98%)가 이재명과 단일화했을 걸요. 또 단일화하면 내 표는 김문수한테 다 가지 않고, 일부는 기권하거나 이재명한테 갔을 겁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데 뭐 하러 단일화하나요. 대신 완주를 택함으로써 계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의힘과 차별화하고 세대에 기반을 둔 미래형 개혁보수의 가능성을 입증했지 않습니까.”

Q :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중 지지율 추이는요?

A :
“대선 이틀 전 받아본 마지막 조사(31~1일)가 실제 대선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어요. 이재명 49%,
“김문수, 딱 한 번 전화…단일화 의지 없었다
TV토론 선전했지만 ‘사표 포비아’에 고배
‘태극기’넘어 청년·수도권 표 얻은 데 의미
‘젓가락’발언 불편한 국민께 심심한 사과”

이준석 의원은 “여의도를 지배해 온 586세대의 기득권 정치에 가로막혀 온 2030 세대를 대변하기 위해 대선에서 완주한 결과 미래형 개혁보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임현동 기자
김문수 40%, 이준석 8% 선이더군요. 단일화해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게 분명했죠. 대선전 초반에 시간 낭비가 너무 컸어요. 국민의힘이 ‘한덕수 단일화 파동’으로 1주일을 소모했는데 그사이 어떤 뉴스도 안 먹혀 대선 운동 기간이 사실상 3주로 제한됐죠. 1주일만 더 있었어도 ‘김문수가 아니라 이준석’이란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랬다면 오히려 (내 쪽으로) 단일화에 승부를 걸 수도 있었겠죠.”


Q : 김문수 후보 측은 대선 직전 ‘그랜드 크로스’가 발생해 3파전으로 대선 치러도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A :
“보수층이 과표집된 ARS 여론조사에 김 후보가 속아 넘어갔던 거죠. ‘60대라고 답하면 여론조사 요원들이 전화를 끊는다’는 음모론을 믿고 자신을 20대라고 속이고 ‘김문수 지지한다’는 답변을 하는 이들이 보수층에 많아요. ‘김문수가 1%포인트 차로 이재명을 앞섰고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30% 나왔다’는 여론조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막판에 활개 친 건 이 때문이죠. 김 후보 참모들은 이런 부정확한 조사결과를 퍼뜨리면서 ‘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된다’고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했어요. 그게 먹혔는지 개혁신당 지지층의 22%가 김문수 후보 찍은 거로 추정됐어요. 그야말로 저쪽(국민의힘)에 꿔준 표죠. ”
“오세훈 후보였다면 단일화됐을 수도”

Q : 국민의힘 의원들이 러브콜 공세를 펼쳤지만 ‘전화 꺼놨으니 헛수고 말라’며 일축했는데요. .

A :
“아는 분들이 많으니 미안할 것 같아 깔끔하게 대처한 거죠. 다만 상임위 동료로 친분을 쌓은 신성범 의원하고만 소통했는데 그가 ‘김문수 한 번만 만나달라’고 부탁한 것도 거절했어요. 만나기만 해도 김문수 참모들이 내 말을 곡해해 발표하는 등 잔재주를 피울 우려가 커서죠. 당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대선 나흘 전 ‘이준석이 밤 9시에 김문수를 의원회관에서 만나자고 연락했다가 취소했다’고 방송에서 말했는데, 전 그런 사실이 없었거든요. 이렇게 단일화 협상은 중간에 낀 사람들이 사고 치는 일이 다반사인 점도 전화를 안 받은 이유입니다. (명태균씨도 당신에게 단일화를 권고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내가 (그의 권고를) 거절했으니까 결국 단일화가 안 된 거겠죠. 나는 내 원래 생각을 명 씨 말 듣고 바꾼 적이 없어요.”

Q : 김문수 후보와 비밀리에 만난 적은 없습니까?

A :
“지난달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 토론회 전날인가 당일에 김 후보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았어요. 그냥 인사만 나눴고, 단일화 얘기는 서로 한마디도 안 했어요. 그분과 접촉은 그게 전부예요. 만일 홍준표 전 시장이나 오세훈 시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왔다면 단일화 협상은 상황이 달랐을 수 있었겠죠. (왜요?) 그분들과는 인간적 신뢰가 있기에 협업(단일화)이 쉬웠을 겁니다.”

Q :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직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A :
“이 후보에 대한 공격 가운데 가장 주효했던 게 ‘호텔 경제학’이었죠. ‘아픈 곳을 제대로 찔렀다’며 이 후보의 경제관을 계속 저격해달라는 주문이 쏟아지더군요. 여론조사를 보니 ‘이재명의 호텔 경제학을 신봉한다’는 사람이 38%로 나와요. 이재명 강성 지지층이 딱 그만큼인 거죠. 이 후보를 맹공하면 40%까지 지지율을 낮출 수 있고, 그러면 ‘이준석 대안론’이 급부상할 것이라 판단해 3차례 토론 내내 이재명 공격을 계속한 거죠. 토론해보니 이 후보 발언은 피상적이고 현학적이라 응대하기 힘들었어요. 궁지에 몰리면 ‘극단적이네요. 잘 모르시네요’라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하곤 했는데 집권하면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Q : 김문수 후보는 토론에서 어땠는지 평가한다면요.

A :
“토론 내내 제대로 찌른 게 없었어요. 준비가 안 된 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내가 피 흘려가면서 이 후보와 단기 필마로 싸운 셈인데 보수층의 사표방지 심리 때문인지 나 아닌 김 후보 지지율이 올라갔죠. (‘재주는 이준석이 넘고 표는 김문수가 챙겼다’는 우스개도 돌더군요.) 그렇죠. 내가 이 후보 표 3~4%는 깎았다고 봐요. 이 후보가 한때 52%까지 올랐지만 49% 선에 그쳤잖아요. 보수 진영은 이걸 눈여겨봐야 해요.”

Q : 국민의힘이 정권 잡은 지 3년 만에 무너진 근본 원인은 뭘까요.

A :
“호남 출신으로 험지 서대문구를 지킨 전략가 정두언이나 남경필·김세연 등 소장파 대신 영남 당권파가 2016년 총선 이후 당을 장악하며 수도권을 민주당에 뺏긴 게 근본 원인입니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이 영남에서 ‘영끌’로 참패를 면한 마지막 선거일 수 있습니다. 저라고 태극기 흔드는 노년층에게 이쁨 받는 법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수도권·청년으로 영토를 넓히지 않으면 보수의 미래는 없기에 개혁신당 타이틀로 대선에 뛰어든 건데, 희망을 확인했습니다.”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 도전 고민 중”

Q : 그게 뭡니까.

A :
“보수에 표 잘 안 주는 화이트칼라들이 절 지지해준 거죠. 삼성전자 직원이 많은 영통에서 17%, 공무원 도시인 세종에서 10%까지 득표했거든요. 20·30대 남성은 저를 30% 가까이 찍어줬고 20·30대 여성들도 최종 득표율보다 많은 10%대 표를 줬습니다. 법인세 자율화 같은 규제 자유주의적 공약이 주효한 것 같아요. 수도권·청년·화이트칼라는 합리적 성향인데 국민의힘이 꽉 막혀있으니 민주당에 차악 투표를 해온 건데 내가 대안으로 부상한 사실이 확인된 거죠.”

Q : 3차 TV 토론에서 ‘젓가락’ 발언은 과했다는 비판이 많은데요.

A :
“이재명 후보 아들이 도 넘은 혐오 발언으로 벌금 500만원 형을 받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어요. 그걸 국민에게 알리고 이 대표의 입장을 들으려는 취지로 말한 거였지만, 불편을 느낀 국민들이 계신 만큼 심심한 사과를 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이준석 의원 제명’ 청원이 40만명을 넘었는데요.)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조차 제명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Q :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악연으로 당 대표에서 쫓겨난 게 12·3 계엄의 뿌리라고 보는 이들도 있는데요.

A :
“그렇죠. 윤 전 대통령의 가장 큰 패착이 집권 두 달 만에 저를 내쫓은 거예요. 그 결과 취임 당시 53%였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3년 내내 회복이 되지 않자 보수 역사에서 파문당해 마땅할 계엄이란 대죄를 저질렀습니다. ‘윤핵관’의 근거 없는 참소에 넘어가 ‘이준석이 나를 낙마시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진 결과죠.”

Q : 윤 전 대통령 집권 뒤 만난 적이 있나요?

A :
“딱 한 번뿐입니다. 2022년 6·1 지방선거 직후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뒤 윤 전 대통령을 안가에서 만나 차담을 했어요. 윤 전 대통령은 ‘대표님, 경기도(지사 선거) 져서 기분이 안 좋습니다’ 고 하더군요. 지방선거에서 내가 이끈 국민의힘은 전국 18개 광역자치단체 중 13곳을 석권해 역대 최다승 타이를 기록했거든요. 한데 ‘수고했다’는 말은커녕 ‘경기지사 선거를 지니 다 진 것 같다’면서 내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니 어이가 없었죠. 내가 ‘경쟁력 있는 유승민 대신 김은혜를 대통령께서 후보로 민 탓에 진 거 아닌가요’라고 반박하니 아무 말 못 하더군요.”

Q : 7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도전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A :
“대선 기간에 당원이 6만명에서 12만명으로 2배나 늘었어요. 그만큼 커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아 (대표 도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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