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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제주시 노형동 백록초등학교 인근에서 새 한 마리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히면서 추락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현장에 출동해 확인하니 '붉은배새매' 였습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323-2호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입니다. 한반도에서 번식 집단이 크게 줄면서 개체 수 보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종이기도 합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의 부상 정도는 심각했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 정밀 검사한 결과, 머리를 다치면서 입안에 출혈이 생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아직 숨은 붙어있었지만, 출혈로 인해 눈을 뜨지 못하고 일어설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구조센터 측은 일주일간 붉은배새매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약물 처치는 물론 영양 공급 등 밀착 진료가 이뤄졌습니다. 점차 눈을 뜨고, 일어설 수 있게 되면서 비행 훈련을 통해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도 마쳤습니다.

도심 속에서 구조된 지 열흘 만인 어제(9일) 오후, 기력을 회복한 붉은배새매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9일 오후 붉은배새매가 힘차게 날갯짓하며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다.(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 주택, 건물 밀집 지역서 야생조류 충돌 사고 잦아

새가 하늘을 날다가 건물이나 전선, 차량 등에 부딪치는 사고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17일 제주시 화북일동에서도 유리창에 부딪혀 뇌진탕으로 날지 못하는 팔색조(천연기념물 제204호)가 구조됐습니다. 이 새도 구조센터에서 뇌압을 낮추는 약물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한 뒤 비로소 자연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로 실려 온 야생동물 가운데 이처럼 충돌 사고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건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1천300여 마리에 달합니다. 올해도 오늘(10일)까지 108마리가 죽거나 다쳤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제주야생동물센터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가(人家)가 밀집한 건물이 많은 곳에서 야생동물 조난 사례가 많다"면서 "야생 조류가 유리창 등에 충돌하면 일시적으로 비행을 못 하기도 하지만 골절이나 기립이 불가능한 상태, 또는 호흡에 이상이 있지 않다면 일시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다시 정신을 차려 날아가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새가 이처럼 구조돼 목숨을 구하는 건 아닙니다. 충돌로 살아남는 새보다 죽는 개체 수가 더 많습니다. 2019년 환경부는 건물 유리창 등에 충돌해 죽는 새가 국내에서 연간 8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3.9초마다 한 마리씩, 매일 새 2만 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셈입니다.

유리창에 부딪혀 다치거나 폐사한 새들. 맨 왼쪽부터 새매, 솔부엉이, 직박구리, 집비둘기. 이들 대부분이 유리창 충돌 사고 피해를 자주 입는 조류로 기록돼 있다.(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새는 눈이 머리 옆에 있어서 정면에 있는 장애물 거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투명하고 빛을 반사하는 유리창을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유리창에 비친 나무와 하늘을 실제 모습으로 착각하고 돌진해, 충돌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2019년부터 환경부는 투명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를 줄이기 위해 방지 무늬 설치 의무화 등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선 투명 방음벽 등 투명창 설치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터입니다. 도시화가 생태계 변화로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관계자는 "매년 우리나라 전역에서 수만 마리에 달하는 새들이 유리창 충돌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라며 "투명창을 설치할 땐 조류가 인식할 수 있도록 유리창에 도트(점) 무늬 스티커나 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부착하는 등 작은 실천을 통해 충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건물 유리창에 날아들어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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