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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순간 잿더미 된 '을지로 공구 거리'…화마 후유증 여전

일제강점기 공터로 남겨지다, 해방과 한국 전쟁 시기에 피난민 판자촌이 형성됐던 을지로 일대.

1960년대 도심 재개발이 본격화되며 이들은 교외로 쫓겨났습니다. 을지로를 지나 퇴계로로 이어지는 길에 세운상가, 대림상가, 청계상가 등 대규모 전기·전자 판매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영세 철물점 등이 모여 공구 거리를 형성했습니다.

2010년 이후 낙후된 일대에 대한 재개발이 추진됐습니다. 일부 상인들을 상대로 이주비 협의가 진행되던 지난달 28일 공구 거리에 큰불이 났습니다.

점포 48채가 불에 타 현재까지 복구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수십 년간 일하던 일터를 잃었고, 삶도 멈췄습니다.

"화재 이후에 납품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요. 재고를 많이 쌓아 놨었는데 그게 다 타버렸으니까, 다시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런데 출근해도 일할 공간조차 없어 뙤약볕에, 길에 앉아 있습니다."
- 최상일 / 철물점 운영

"납품할 볼트가 한 1억 5천만 원어치 정도 쌓여 있었어요. 쌓여 있던 게 (화재로) 그냥 1원짜리 하나 없어요. 이 영업 손실을 얘기할 곳도 없습니다."
- 김태명 / 볼트 납품 업체 운영

"화재가 발생하기 얼마 전 수천만 원짜리 기계를 들여놨는데, 지금 건물 잔해에 다 깔려 있어요. 혹시 조금이라도 작동이 되는지 알고 싶은데 화재 조사로 근처에 가기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 을지로 화재 피해 상인


화마로 가뜩이나 생계가 막막한 피해 상인들, '재개발' 변수로 더 불안합니다.

영업장과 판매 물품들이 대부분 불에 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주비를 제대로 책정받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입니다.

피해 상인들은 대부분 세입자 신세였던 만큼, 화재로 강제 퇴거 요청이 빨라질 수 있단 걱정도 있습니다.

화재 이후 '어차피 철거될 건물들이 멸실된 만큼 재개발에 속도가 날 수 있다'는 소문이 상인들 사이에 퍼지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장사를 이어가려던 계획을 갖던 상인들에겐 청천벽력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보상이 있으면 저희도 나가서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고 싶죠. 협의를 마치고 상황이 되면 그때 이주를 알아보려고 했었는데 불이 나서 아주 막막합니다. 길게는 내년 봄까지 이곳에서 영업하려고 했었습니다"
- 김득진 / 을지로 화재 피해자

"이주비라는 게 이사 비용이나 영업 손실 비용 그런 거 주는 건데 이미 이사할 게 없잖아요. 다 탔으니까. 그래서 제대로 보상을 못 받을까 불안하죠."
- 최상일 / 철물점 운영


상품이 불에 타는 등 '직접 피해'는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별도 보상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권리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 휴업 등 재개발로 인한 영업 손실 보상은 재개발 시행자에게 청구할 수 있으나, 화재로 인한 직접 피해 보상 대상은 아닙니다.

여기에 을지로 재개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던 관할 지자체도 문제가 발생하자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은 없다는 게 상인들 말입니다.

"재개발에 대해서 허가를 해줬다면 화재에 대한 충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개발 구역에 대한 화재는 항상 문제 됐던 상황이었습니다. 재개발 공실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길게는 40년을 일해 온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는데 저희는 누구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하는지조차 명확히 모르는 상황입니다"
- 한강산 / 을지로 화재 피해자


용산 전자상가 일대, 성동구 성수 전략지구 등 서울 지역 대규모 재개발은 필연적으로 현지 상인들의 생계와 맞물릴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을지로 재개발 지역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관할 지자체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을지로 피해 상인들은 지속적으로 서울시와 중구 등에 임시 영업 공간 마련을 포함한 대책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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