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회의록 등 확보 시도
'방첩사 블랙리스트' 수사도 속도
특검 출범하면 관련 수사 넘길 듯
'방첩사 블랙리스트' 수사도 속도
특검 출범하면 관련 수사 넘길 듯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과정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른바 'VIP 격노설'을 규명하기 위한 강제수사다.
공수처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팀(부장 차정현)은 이날 오후 세종시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 31일자 대통령실 회의록과 전후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대통령기록물 1,365만여 건은 관련 법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상태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0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채 상병 사망 경위에 대한 초동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박 대령은 당초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넘기기로 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도 이를 결재했다. 그런데 이튿날 이 전 장관은 결재를 번복하고 이첩 보류 및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박 대령은 윤 전 대통령이 7월 31일 회의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격노했고,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이 뒤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당일 오전 11시 54분에 이 전 장관에게 걸려온 발신번호 '02-800-7070'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선번호였다. 공수처는 지난달 7~8일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로부터, 전날에는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 방식으로 관련 기록을 확보해 발신인을 추적 중이다.
공수처는 국군방첩사령부가 전·현직 군 장성들의 정치 성향 등을 정리한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거의 매일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부임 후 방첩사가 조직적으로 이런 문건들을 만들어 군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규명 대상이다. 공수처는 특히 군 법무관 출신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친분 있는 장성들이 정리된 이른바 '최강욱 리스트' 문건도 확보한 상태다. 공수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나 윤 전 대통령까지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향후 공수처의 12·3 불법계엄 및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특검이 이어받게 된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의 방첩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내란 혐의와 별도로 입건돼 공수처가 계속 독자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