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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4일 문재인 정부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문건 일부를 공개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새 정부 첫 인선을 발표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 필기도구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 다음 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빈 깡통 대통령실을 만들지 말 것을 분명하게 경고했으며, 이는 범죄 행위로써 책임을 묻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일사천리로 한 시민단체는 지난 9일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을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국가재산손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은 왜 ‘텅 빈 대통령실’을 넘겨준 것일까. 표면적 이유로는 대통령실기록물관리법과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법률적 절차가 거론된다. 관련 법률에 따라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된 비공개정보를 누설해선 안 되고, 인수가 완료된 전자기록물은 삭제하거나 파기해야 하기에 대통령기록물 이관이 완료된 뒤 남은 자료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또한 비서관실별로 인수인계서를 만들어 이재명 정부에게 넘겨줬기에 자료 손상과 은닉도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면 단순 법률만이 이같은 인수인계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어설프게 자료를 남겼다가, 정치 보복 수사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이 지목하는 대표적 사례가 문재인 청와대가 박근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들춰 특검에 넘겨줬던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수사다.

정부 출범 두 달 만인 2017년 7월 14일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민정수석실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며 캐비닛 문건을 언론에 생중계로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수천여쪽의 문건을 찾아내 검찰과 국정농단 특검에 넘겼고, 해당 자료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문체부 블랙리스트 등 주요 수사의 유죄 증거로 쓰였다. 지난 정부를 향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적폐청산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왔던 장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훈식 비서실장. 당시 이 대통령은 "용산 사무실이 무덤 같다. 황당 무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른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아닌, 청와대가 특검에 통으로 넘긴 캐비닛 문건의 증거 능력을 두고 법원에선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2020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판결을 할 당시 조희대 대법관(현 대법원장)은 “수사권이 없는 대통령실에서 의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검사 또는 특검에 제출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사절차의 모습이 아니다”며 “이러한 행위를 허용하면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인사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소수 의견으로 청와대 캐비닛 자료는 위법수집증거라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10일 MBC라디오에서 “정진석 실장이 이렇게 싸그리 철수 명령을 내린 건 지난 박근혜 정부의 사례에서 반면교사로 삼은 게 아닌가”라며 “나쁜 쪽으로 심하게 머리를 굴린 거다. 박근혜 정부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갔을 때 저희가 청와대에 들어가 보니까 캐비닛에 치우지 못한 서류들이 굉장히 있더라”며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지난 26일 대법원으로 출근하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모습.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시절 2020년 문체부 블랙리스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문재인 정부가 특검에 넘겼던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위법 수집 증거라 판단했다. 뉴스1
윤석열 정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캐비닛 자료를 넘겼던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인계를 받았을 당시 청와대에 깡통 컴퓨터는 당연했고, 수건 한장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남겼어야 한다고 했는데, 남은 사람이 현 정부의 타깃이 될 우려도 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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