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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생 10명 중 4명은 35세에도 부모와 같이 살아
청년 취업난에 결혼 늦어지며 2000년대 들어 캥거루족 늘어


캥거루족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30세는 흔히 '이립'(而立)의 나이라 불린다. 자립, 곧 홀로서기를 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논어' 위정편의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자립했으며…"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늘날에도 이 나이대는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시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와 같이 사는 청년들이 있다.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어미의 주머니 속에 머무는 새끼 캥거루에 빗댄 표현이다.

캥거루족 증가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지만, 실제 얼마나 늘고 있는지 여러 보고서와 통계 자료를 통해 검증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캥거루족이 2000년대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근에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지는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35세도 캥거루족, 10년새 18.6%→32.1%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의 생애과정 변화에 따른 빈곤 위험 대응방안'(2024)이란 보고서는 캥거루족 확산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1971∼1975년생, 1976∼1980년생, 1981∼1986년생이란 세 인구집단이 35세가 되는 시점에 부모와 동거하는지를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로 분석했다.

35세라는 기준은 대다수 청년이 이 나이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며 부모에게서 독립해 살아가고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반영해 설정됐다.

구인 구직 취업
[연합뉴스TV 캡처]


보고서가 분석한 결과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1971∼1975년생이 18.6%, 1976∼1980년생 26.2%, 1981∼1986년생은 32.1%로 최근 세대로 올수록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에 한정하면 1971∼1975년생 22.8%, 1976∼1980년생 29.2%, 1981∼1986년생 41.1%로, 전국 평균보다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더 높았다.

특히 서울·수도권 거주 1981∼1986년생의 캥거루족 비율이 1971∼1975년생의 2배가량으로, 10년 사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청년들이 급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표] 출생 집단별 캥거루족 비율 및 성인 과업 이행 비율

(단위: %)



※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의 생애과정 변화에 따른 빈곤 위험 대응방안'(2024)에서 발췌

이는 전반적으로 성인으로 이행하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보고서는 학교 졸업, 취업, 분가, 결혼, 출산 등을 성인기로 이행하는 5가지 관문으로 보고, 1986∼2023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과업을 이행한 비율이 50%를 초과하는 시점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학교 졸업 비율이 50%를 넘는 연령은 1986년 22세에서 2023년 24세로 올랐다.

취업(경제활동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는 응답한 비중이 50% 이상)의 경우 같은 기간 21세에서 24세로, 분가(남성 가구주 비중이 50% 이상)는 27세에서 31세로, 결혼(혼인 상태가 배우자 있음, 사별, 이혼인 경우의 비중이 50% 이상)은 26세에서 33세로 각각 증가했다.

전체 성인기 전환점 추이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의 생애과정 변화에 따른 빈곤 위험 대응방안'(2024)에서 발췌]


보고서는 부모의 소득수준이 청년 자녀의 독립에 미치는 영향이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존 통설은 부모와의 동거가 성인 이행기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안전망으로 작동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저소득 가구의 경우 부모와 동거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모 봉양으로 자녀의 독립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서가 양자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 가구 청년이 중·고소득 가구 청년보다 독립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소득 가구 청년의 경우, 부모 가구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청년 자녀의 독립이 늦어졌다.

캥거루족 30대 초중반서 증가세 '뚜렷'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청년패널조사로 본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성'(2024)이란 보고서는 캥거루족의 증가가 20대 중후반보다 30대 초중반에서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5∼34세 캥거루족 비율은 2012년 62.8%에서 2015년 66.6%, 2018년 68.0%까지 지속해서 오르다가 2020년 66.0%로 소폭 내렸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의 캥거루족 비중이 80% 내외로, 30∼34세(50% 내외)보다 높았다. 이는 청년층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비혼 또는 만혼 등으로 결혼 문화가 바뀌고 있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캥거루족 비중은 25∼29세에선 분석 기간 8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 반면, 30∼34세는 2012년 45.9%에서 2020년 53.1%로 7.2%포인트(P) 상승했다.

캥거루족 증가 현상은 20대 중후반보다는 30대 초중반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2012∼2020년 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 현재 부모와 같이 살고 있거나 ▲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채 일시적으로 따로 살고 있는 25∼34세 청년을 캥거루족으로 규정했다.

[표] 연도별 캥거루족 추이

(단위:%)



※ '청년패널조사로 본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성'(2024)에서 발췌

캥거루족 비율은 전 기간에 걸쳐 남성이 여성보다 6∼12%P 높았다. 이는 남성은 군 복무를 해야 했고 결혼 연령도 여성보다 늦은 영향 때문으로 추정된다.

단, 2012∼2020년 상승 폭의 크기는 여성이 6.9%P(56.1%∼63.0%)로, 남성의 0.4%P(68.7%→69.1%)보다 월등히 컸다.

학력별로 보면 고졸 이하 계층에선 시간이 갈수록 캥거루족 비중이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를 보였고, 전문대졸은 소폭 상승, 4년제 대졸은 소폭 하락 추세를 보였다. 반면 대학원 졸업자는 오르락내리락했다.

이는 캥거루족 증가 현상이 고졸 이하 계층에서 가장 심각함을 보여줬다.

취업 여부별로 보면 취업자 집단은 캥거루족 비중이 큰 변화 없이 소폭 하락했으나 미취업자는 최근 들어 급속히 증가했다. 예컨대 미취업자의 캥거루족 비중은 2012년 47.4%에서 2020년 66.06%로 18.6%P나 뛰어올랐다.

취업 청년 가운데에서도 임시일용직의 캥거루족 비중이 72.2%로, 비임금 근로자(56.4%)나 상용직(63.1%)보다 높았다.

또한 대기업 54.6%, 중기업 66.6%, 소기업 69.4%로 기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캥거루족이 늘었다.

임금 수준별로 보면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 미만 74.7%,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69.2%, 300만원 이상 50.0%로, 고임금일수록 캥거루족 비율이 낮았다.

신입사원 채용(CG)
[연합뉴스TV 제공]


고졸, 소기업, 저임금일수록 캥거루족이 많다는 것은 독립이 곧 경제적 자립과 상관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또한 캥거루족으로 진입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보단 남성이, 기혼보단 미혼이,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거주할 경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 미취업일 경우 캥거루족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불안정한 취업상태로 내몰리거나 노동시장 상황 악화로 취업 자체가 어려워지면 캥거루족 증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그 범위가 30대 중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광훈 부연구위원은 캥거루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자리 문제를 떼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자신의 소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들어 캥거루족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5∼39세 청년의 배우자 유무별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을 보면 배우자가 없는 25∼39세 청년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2020년 54.9%에서 2021년 51.9%, 2022년엔 50.6%까지 내렸다.

연령대별로도 20대 후반(61.3%→58.4%→57.0%), 30대 초반(51.1%→47.7%→46.3%), 30대 후반(45.1%→42.7%→41.8%)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앞선 고용정보원의 보고서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보고서가 다루는 전체 기간인 2012∼2020년에선 캥거루족이 증가했지만, 2018∼2020년 구간에선 오히려 감소했다.

단, 통계청의 자료는 배우자가 없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고, 30대 후반의 청년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의 분석 대상 청년의 범위와 다르다.

[표] 배우자가 없는 25∼39세 청년의 부모 동거 비율

(단위:%)



※ 통계청의 '25∼39세 청년의 배우자 유무별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에서 발췌

통계청 자료를 보면 캥거루족은 부모에게서 독립한 청년과 비교해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등록취업자의 비율이 캥거루족은 68.5%로, 독립 청년(77.2%)보다 낮다. 등록취업자는 4대 사회보험 등 공공기관에 신고된 행정자료를 활용해 파악된 임금근로자 또는 비임금근로자를 말한다.

캥거루족 가운데 상시 임금근로자의 중위소득은 2천932만원으로, 독립 청년(3천553만원)보다 621만원 적었다.

주택 소유 비중도 캥거루족이 6.5%, 독립 청년 14.1%로 차이가 났다. 여기서 말하는 주택 소유는 가구가 아닌 개인 단위의 주택 소유 현황으로, 거주 여부와 관계 없이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법적인 소유권으로 판단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 발표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캥거루족 감소 현상이 확인됐다.

이 조사는 '청년기본법'에 따라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202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와 동거하는 19∼34세의 청년은 54.4%로, 2년 전인 57.5%보다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가 59.3%에서 56.0%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19∼24세도 79.5%에서 78.1%로 감소했다.

단, 30∼34세는 29.9%로 동일했다. 30대 초반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캥거루족 비율이 확연히 낮지만 2년 사이 큰 변동이 없었다.

캥거루족 중 38.0%는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독립 이유론 주로 '독립생활을 하고 싶어서'(47.4%), '통학·통근이 멀어서'(22.0%)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캥거루족이 과거보다 분명 늘어났지만 최근 수년간은 추세가 반전했을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일시적인지 판단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통계 자료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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