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138분, 인스타그램 53분 접속할 때 네이버는 25분에 그쳐
‘숏폼 인기’ 늦게 올라탄 네이버 앱, 5년간 하루 사용시간 5분 증가
“트웰브랩스 투자는 점유율 위기감 반영… 콘텐츠 추천에 적합한 기술 보유”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투자 행사 ‘넥스트 챕터’에 참석해 네이버벤처스를 신설하고 첫 투자처로 트웰브랩스를 확정한다고 발표했다./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북미 중심의 투자회사 ‘네이버벤처스’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하고 첫 투자처로 트웰브랩스를 택했다. “살아남기 위한 투자”를 강조한 이 의장이 ‘영상 이해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에 주목한 건 네이버 사용시간이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에 갈수록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투자 행사 ‘넥스트 챕터’에 참석해 네이버벤처스를 신설하고 첫 투자처로 트웰브랩스를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약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후 보인 행보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이 의장이 네이버의 동영상 생태계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그간 자사 서비스와 기술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해 왔다. 네이버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D2SF는 최근 10년간 총 11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이 중 64%가 네이버와 구체적인 협업을 진행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벤처스와 D2SF의 세부적인 투자 성격은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의 기조는 비슷할 것”이라며 “네이버는 트웰브랩스와도 ‘투자 후 기술 협력’ 순서로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후발주자’ 네이버, 갈수록 빠지는 앱 사용시간
이 의장은 실리콘밸리 투자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해 네이버가 구글과의 ‘검색 엔진’ 경쟁에서 한국 시장을 지켜낸 점을 강조했다.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UGC) 덕분”에 한국이 고유 검색 엔진을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번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AI에 투자하며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며 “AI는 네이버 혼자만 잘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의장이 ‘생존’을 언급하며 투자 전략을 발표한 건 검색으로 다져온 네이버 앱 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의 성장을 담당해 온 검색 분야는 ‘AI 대체’가 점쳐지고 있고, 콘텐츠 측면에서는 동영상 시대에 늦게 대응하며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이용자 한 명이 평균적으로 네이버 앱에 접속한 시간은 454분으로 집계됐다. 하루 약 25분을 접속한 셈인데, 1년 전과 비교하면 6.5% 정도 줄었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하루 평균 53분, 틱톡은 66분을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의 경우 138분으로 네이버와 5.5배 차이가 난다. 네이버는 하루 평균 28분을 기록한 카카오톡에도 뒤처진 상태다.
2020년 기준 네이버 앱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약 20분이었는데, 5년이 지난 현재 5분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각각 2.3배, 3.5배 정도 증가했다. 플랫폼 산업에서 사용시간 감소는 광고비 하락 등으로 이어져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해외 플랫폼에 사용시간을 내주게 된 배경으로는 동영상 서비스 강화에 늦게 발을 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 중심의 쇼츠 기능을 지난 2021년 7월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릴스는 2020년 8월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순차 확대됐다. 반면 네이버가 클립을 선보인 건 2023년 8월이다.
그래픽=정서희
“네이버 내 쌓인 콘텐츠 추천에 적합한 기술 보유”
이 의장이 네이버벤처스의 첫 투자처로 트웰브랩스를 지목한 건 해외 플랫폼에 입지를 내준 네이버 앱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웰브랩스는 동영상을 통으로 이해해 검색과 연결할 수 있는 AI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지난 2021년 실리콘밸리에 됐으며, 서울 용산구에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영상 검색 모델 ‘마렝고(Marengo)’와 영상 요약 및 질의응답 모델 ‘페가수스(Pegasus)’를 운영 중이다.
‘첫걸음마를 떼는 아기’를 검색하면 원하는 장면을 찾고 영상의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해 주는 식의 AI 기술로 네이버 외에도 SK텔레콤·엔비디아·인텔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벤처스를 제외하고도 누적 투자금이 1억700만달러(약 1450억원)에 달한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내 쌓인 동영상을 분류하고 이용자 맞춤형으로 추천도 해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평가된다”면서 “네이버가 자사 콘텐츠·AI 생태계에 트웰브랩스 기술을 접목,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잃어버린 점유율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개인화·문맥 기반 콘텐츠 추천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곡차곡 쌓인 네이버만의 다양한 콘텐츠로 향후 차별화된 AI·검색·커머스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네이버가 향후 네이버벤처스를 통해 북미에서 거대언어모델(LLM) 기술 강화에 초점을 맞춘 후속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의장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특정 분야에 집중해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며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고 돌멩이를 잡기 전에 거대언어모델(LLM)이나 클라우드 등 기본적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정두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