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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계정이 '아동 대상 성적 학대' 등 사유로 비활성화된 모습.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무고한 이유로 인스타그램 계정이 정지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계정 강제 비활성화된 유저들의 모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쳐

서울 용산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고민성(35)씨는 지난 3일 식당 인스타그램 계정에 로그인을 시도했다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일시 차단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씨는 ‘재고 요청’을 하라는 안내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지만 1시간 뒤 돌아온 메시지는 ‘영구 정지’였다. 고씨는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폐쇄돼 안부를 묻는 지인의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며 “평범한 홍보·마케팅 계정으로 잘 활용하고 있었는데 며칠째 식당 공지도 못 올려서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팔로워 3943명을 보유한 서평가 옥태규(25)씨의 인스타그램도 지난 5일부터 강제로 비활성화된 상태다. 옥씨 계정에서 ‘아동 성착취·학대’가 의심되는 활동이 감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옥씨는 고객에게 의뢰받은 서평 4개를 취소 처리했고 추가 의뢰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옥씨는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 리뷰어로 선정됐을 만큼 순수한 서평만 게시해왔다”며 “인스타그램에 서평을 올려 월 150~200만원 정도 수익을 내고 있는데 생계가 막막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고민성(35)씨는 지난 3일 식당 인스타그램 계정이 갑자기 정지됐다. 고씨가 인스타그램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고씨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사진 고민성 제공


“메타 AI 알고리즘 일부 오류 추정”

9일 IT업계에 따르면 메타가 서비스하는 인스타그램의 국내 이용자 수천명이 지난달 말부터 계정 이용이 정지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과 네이버 피해 카페에 따르면 ①아동 성착취·학대 ②커뮤니티 규정 위반 ③나체 이미지 등이 정지 사유인 데 피해자들은 아동성착취·음란물과 무관하게 무차별 정지를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메타 측은 규정 위반 콘텐트를 잡아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문제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미국 본사 차원에서 조사 중이라고 한다.

미국·인도·브라질 등 다른 국가에서도 대규모 계정 정지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수만 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부당하게 삭제되고 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15년 동안 가꿔온 계정이 갑자기 사라졌다”, “메타 인공지능(AI)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 “AI가 인터넷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 등 댓글 215개가 달렸다.

오랜 추억이 쌓인 SNS 계정이 갑자기 정지되자 피해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계정 8개가 한꺼번에 정지된 고교생 성모(18)양은 “일상과 일기장을 올리는 계정뿐만 아니라 사진학과 진학을 위해 만든 포트폴리오 계정도 정지돼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모(16)양은 “강아지·고양이 영상에 ‘좋아요’만 누르던 계정이 아동성착취와 연관됐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했다.

고립감을 호소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현역 군인 홍모씨는 “사회와 단절돼 있다 보니 인스타그램으로 지인들과 소통을 하곤 했는데 완전히 막혀버려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교생 이모(17)군은 “10대들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소통 창구가 사라져서 친구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로고. 연합뉴스


메타 “조사 결과 기다리는 중”
이용자 사이에선 메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불만도 크다. 민원 제기 절차도 복잡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생 홍지표(24)씨는 “계정 정지 이후 메타에 메일을 계속 보내고 있는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피해자 수천 명은 카카오톡 채팅방과 네이버 카페를 개설해 메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메타 코리아에 항의 방문을 한 피해자도 있다고 한다. 정치권도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인스타그램 계정을 무차별적으로 정지하는 등 이용자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메타 측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이의제기 신청을 검토해 무고한 것으로 판단된 일부 계정의 비활성화를 풀어주고 있다고 있다고 한다. 메타 코리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본사 차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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