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지만 적절한 조치 없어” 23%
‘악의적 소문 유포’ 등 2차 피해 여전
‘악의적 소문 유포’ 등 2차 피해 여전
국민일보DB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했을 때 10명 중 7명은 피해를 알리지 않고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기를 내 신고해도 23%는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유포되는 등 2차 피해 역시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9일 발표한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4.3%였다. 직전 조사인 2021년(4.8%)보다 0.5%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참고 넘어갔다’고 답한 성희롱 피해자 비율은 75.2%로 2021년(66.7%)보다 8.5% 포인트나 높아졌다.
참고 넘어간 이유(복수응답)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가 52.7%로 가장 많았다.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봐’ ‘문제를 제기해도 기관·조직에서 묵인할 것 같아서’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 보호도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급자에게 알리거나 사내외 기구에 신고하는 등 공식적으로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의 23.0%는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2차 피해 경험률은 12.3%였다. 3년 전(20.7%)보다 8.4% 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1명꼴로 2차 피해를 겪고 있었다. 특히 2차 피해 유형 14개 가운데 ‘악의적인 소문이 유포됐다’(5.5%) ‘조사 과정에서 행위자 편을 들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불공정하게 진행됐다’(2.3%) 등 2개 유형은 과거보다 응답률이 상승했다. 2차 피해 경험자의 65%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거나 직장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민간 사업체의 경우 전반적인 성희롱 피해율이 2018년 6.5%에서 2021년 4.3%, 2024년 2.9%로 꾸준히 감소한 반면 공공기관은 2021년(7.4%) 조사 때보다 높아진 11.1%를 기록했다. 여가부는 “엔데믹 이후 대면 중심의 근무 방식으로 돌아온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은 비대면 근무형태가 정착되며 성희롱 피해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공감N소통 성교육연구소 소장은 “성희롱 사건에 휘말릴까 두려워 피해자와 아예 소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로 2차 피해가 줄어든 것인지 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냉소적인 분위기가 아닌 건강한 조직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2차 피해 유형 교육과 제재 규정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30인 이상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체 종사자 1만902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