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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평포구 바다서 양식업 견주 “문제 없다”
지난 8일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 포구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을 홀로 지키고 있는 진돗개. 행복이네협회 제공

9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 포구에서 700m 남짓 떨어진 바다 위 가두리 양식장. 배를 타고 거친 파도를 가로지르느라 바닷물로 반쯤 젖은 고길자 행복이네협회 대표가 애타게 “아가야”를 외쳤다.

거센 바람 따라 심하게 출렁이는 양식장 위 개집은 텅 비어있었다. 흰 진돗개를 구조하러 온 고 대표는 “아까 육지에서 보니 배 한 척이 양식장 옆에 있었는데 (견주가) 데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유기견 보호소인 행복이네는 전날 “바다 위 양식장에 개 한 마리가 혼자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진돗개를 발견했다. 고등어 등을 가둬 기르는 양식장 업주가 바닷새를 쫓으려고 데려다 놓은 ‘양식장 지킴이 개’로 추정됐다. 적어도 2~3주 전부터 양식장에서 개가 보였다는 마을 주민의 목격담도 나왔다.

흔들리는 양식장 위에서 네 발로 힘겹게 균형을 잡고 있는 진돗개는 깡말랐고, 절망적인 눈빛으로 사람을 쳐다봤다고 한다. 목줄은 없었다. 고 대표는 “개는 차만 타도 멀미를 하는데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얼마나 힘들고, 밤에는 얼마나 무서웠겠냐”며 “20년 넘게 개를 구조해왔지만 양식장에 갇힌 개는 처음이라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9일 동물단체가 구조하러 갔을 때 텅 비어 있는 양식장 위 개집. 서보미 기자

이날 행복이네는 동물단체 케어와 함께 진돗개 구조에 나섰지만, 견주가 한 발 더 빨랐다. 동물단체가 오기 직전인 아침에 개를 데리고 가버린 것이다. 대평 포구 앞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을 하는 견주는 서귀포시 허가를 받아 양식업을 하고 있으며, 대평리 어촌계 소속은 아니다.

견주는 동물단체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주일 전부터 왜가리를 쫓고 (사람의) 절도를 막을 목적으로 양식장에 뒀다가 밤에는 집으로 데려가고 있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집으로 데려왔고 (사육 환경에는) 문제가 없다”며 동물학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동물단체는 견주의 소유권을 포기시키거나 적어도 견주와 개를 긴급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단체의 신고를 받은 서귀포시청 동물보호팀도 이날 오후 1시30분께 배를 타고 양식장 사육환경을 조사했다. 이어 견주를 만나 개의 안전과 사육 환경을 확인할 계획이다.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양식장 바닥이 계속 흔들리고, 그늘도 없으며, 위급상황에서 항상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 적절한 사육 환경은 아니다”며 “견주를 만나봐야겠지만 동물학대로 판단되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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