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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6개 부문 수상 '어쩌다 해피엔딩'
NYT "SF 장르 뒤에 인간 감정 숨겨 놔"
LA타임스 "무모함이 큰 장점으로 발휘"
박천휴·윌 애런슨 대본·음악 등도 역할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제작·출연진이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공상과학의 기발함을 겉으로 내세우면서 완전히 독창적인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감동을 슬그머니 숨겨놓았다."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미국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쓴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에 대해 제시 그린 미 평론가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이같이 격찬했다. 공상과학(SF) 장르에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섬세하게 얹은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가 미국 현지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SF 장르에 사랑 담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제작된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올리버의 주인을 찾아 두 로봇이 제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SF 장르의 형식을 취하면서 로맨틱 코미디, 로드 트립, 코미디 요소까지 절묘하게 엮어냈다. 크리스천 루이스 평론가(미국 바사칼리지 교수)는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서 "어떤 면에서는 신선하고 현대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정형화된 이 뮤지컬은 로맨틱 코미디의 은유와 장르적 관습을 자의식적으로 재해석해 재치있게 풀어낸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로봇이라는 참신한 소재에 사랑이라는 보편의 감정을 전달하면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LA타임스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실제 사건이나 기존 음악, 자료에 기반하지 않은 작품"이라며 "그 무모한 독창성이 가장 큰 장점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배경이 되는) 아파트에 사는 유일한 생명체가 화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했다.

박천휴(왼쪽)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극본상과 음악상을 받은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섬세하게 짜인 두 로봇의 감정선에 관객들은 깊이 이입했다. 스스로를 '반딧불이들(fireflies)'로 칭하는 열성적인 현지 팬덤이 형성된 배경이다. 현재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반딧불이들'을 자청하는 이용자 1,900여 명이 공연 후기를 나누고 영상을 제작하는 2차 창작 활동에 나서고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N차 관람을 하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 출입구에는 배우들을 기다리는 팬들로 장사진을 쳤을 정도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공동창작자인 박천휴 와 윌 애런슨은 이날 수상 직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연을 응원해준 반딧불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특별히 팬덤을 언급했다.

"로봇 사랑 이야기에 눈물 쏙"



박천휴와 애런슨이 만든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도 작품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휴지를 챙겨가라"(미 뉴욕포스트)고 할 정도로 공연 중 눈물 흘리는 이들도 눈에 띈다. 서정적인 재즈와 클래식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은 "기존 브로드웨이풍 발라드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로봇이 사랑을 자각하는 순간을 담아 울림을 자아낸 '사랑이란'이 대표적이다.

무대 위 배우가 단 4명에 불과한 소극장형 뮤지컬이라는 점 역시 대자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최첨단의 무대 세트가 있기 때문에 작품이 크게 느껴진다"고 NYT는 전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공연 모습. NHN 제공


작품에 녹아든 한국적 요소도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작진은 극 중 올리버가 기르는 식물인 '화분'을 미국 공연에서도 한국어 발음 그대로 부르는 등 한국적 설정을 유지했다. 그동안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로봇을 연기해왔지만, 무대 배경 역시 대부분 서울이었다.

올리버를 연기해 이번에 남우주연상을 받은 대런 크리스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의 무대로 설정한 곳은 분명 한국이고, 쇼의 일부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면서도 "우리 모두는 살고, 죽고, 언젠가는 사랑하거나 사랑받기를 희망한다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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