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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휴 창작 듀오 뉴욕에서 소감 전해 와
"함께 고생한 분들 행복한 모습에 뿌듯"
박천휴(왼쪽)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극본상과 음악상을 받은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신나고요. 왜냐하면 고생을 함께한 분들이 많거든요. 그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뿌듯해요."(박천휴)

"저도 아주 비슷한 생각이에요. 사실 너무 흥분해서 한국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좀... 정말 믿을 수 없어요."(윌 애런슨)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은 한국 뮤지컬계에서 성장한 작가 박천휴(42)·작곡가 윌 애런슨(44) 창작 듀오의 성공적 브로드웨이 데뷔를 알리는 자리였다. 한국 초연 뮤지컬로 지난해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윌·휴'로 불리는 두 창작자의 지분이 상당하다. 한국에서 완성한 작품을 번역해 브로드웨이 무대로 옮긴 게 아니라 미국 공연도 두 사람이 직접 개발 단계부터 참여했기 때문이다.

멜로디는 작곡가인 애런슨이 맡지만 이야기와 음악을 역할을 뚜렷하게 나누지 않고 "유기적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며 함께 만드는 게 윌·휴의 특징. 이날 '어쩌면 해피엔딩'의 6개 부문 수상 성과 중 극본상과 음악상을 두 창작자가 공동으로 수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천휴는 시상식 직후 한국 언론을 위해 보내 온 영상 소감에서 "수상 비결이랄 것은 모르겠지만 너무 여러 명이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 만든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와 미국 작곡가의 조합이지만 한국 뮤지컬계와 인연을 먼저 맺은 것은 애런슨이었다. 애런슨은 2009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뮤지컬로 옮긴 '마이 스케어리 걸' 작곡가로 한국 뮤지컬계에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어를 전혀 몰랐던 애런슨은 곧장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한국에서의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역시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번지점프를 하다'(2012)를 함께한 게 '윌·휴' 듀오 탄생의 시작이었다. 작곡 의뢰를 받은 애런슨이 박천휴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하면서 '번지점프를 하다'가 두 사람의 첫 작품이 됐다.

K팝 작사가로 활동하다 뉴욕대에서 시각예술 전공으로 유학 중이던 박천휴와 뉴욕대 대학원 뮤지컬 작곡 과정을 마친 애런슨은 공통의 친구가 있어 2008년 서로를 알게 됐다. 친구이자 창작 파트너가 된 두 사람은 여러 작품 아이디어를 공유하던 중 '번지점프를 하다'를 인상 깊게 본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당시 우란문화재단 프로듀서)의 연락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당시만 해도 한국 뮤지컬계에서는 극작가가 가사까지 같이 써 설명적인 노래가 많았는데 시적이면서 극의 정서를 전하는 '번지점프를 하다'의 가사가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때 윌·휴가 갖고 있던 몇 가지 초안 중 선택한 게 '어쩌면 해피엔딩'. 2023년 오디컴퍼니가 초연한 두 사람의 다른 작품 '일 테노레'도 당시의 여러 초안 중에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모티브는 영국 밴드 블러의 리더 데이먼 알반의 노래 '에브리데이 로봇'이다. 박천휴는 휴대폰에 의지해 살아가는 현대인의 기계화된 일상을 그린 가사에서 주인공이 로봇인 러브스토리를 상상했고 이를 애런슨에게 문자로 보내면서 시작됐다.

"'일 테노레' 재연 빨리 올리고 싶어"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CJENM 제공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들은 '윌·휴표' 뮤지컬의 장점으로 솔직한 캐릭터와 감성을 꼽았다.박천휴는 "'인생은 비극이지만 그만큼 아름답다'는 '일 테노레'의 대사가 우리가 이야기와 음악을 만드는 정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금은 이질감이 드는 독특한 세계를 구현하자"는 것도 윌·휴 듀오의 작품 철학. 애런슨은 2060년대 서울('어쩌면 해피엔딩'), 1930년대 경성('일 테노레'), 1969년 서울('고스트 베이커리')이라는 낯선 여정을 통해 "관객이 현실의 삶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울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을 트라이아웃으로 선보인 지 딱 10년 만에 미국 공연계 최고 영예인 토니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우선은 10월로 예정된 10주년 '어쩌면 해피엔딩'을 성공적으로 올리고 '일 테노레'의 재연을 빨리 추진하는 게 목표다. 박천휴는 "한국 관객의 전폭적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뉴욕 공연을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헬퍼봇들'(한국팬 별칭)과 '반딧불이들(미국팬 별칭 Fireflies)'에게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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