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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가 지난 5일 특정직 공채, 특정직 및 일반직 경채 시험을 취소한다고 공고했다. 대통령경호처 홈페이지


대통령경호처가 신입 직원 채용 일정을 전면 취소하자 채용에 응시하려던 취업준비생들은 “허탈하고 어이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호처는 지난 5일 7급 경호공무원 공개경쟁 채용과 9급 특정직 경호공무원·일반직공무원(방호) 경력경쟁 채용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7급은 지난달 20일부터 원서를 접수하고 있었고, 9급은 필기전형을 앞둔 상태였다.

이번 채용은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한 절차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황인권 새 경호처장이 임명되자 경호처는 “정부 교체에 따른 ‘열린 경호, 낮은 경호’ 정책 구현을 위한 내부 검토 단계에 따라 (채용 일정이)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경호처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은 먼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 졸업 후 지난해 8월부터 경호처 시험을 준비해온 A씨(29)는 “실기시험에 대비해 운동도 열심히 했고, 서류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까 싶어 라이프가드(인명구조요원) 자격증도 준비 중이었다”며 “채용 취소 문자를 받은 당시에도 공부를 마치고 집 가는 길이었는데, 문자를 잘못 받은 줄 알았다. 어이없고 허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호처 면접에서 탈락하고 올해 재도전을 준비하던 양모씨(31)는 “PSAT(공직 적성 능력 평가)와 영어 면접부터 체력시험까지 2년째 학원을 다니며 준비해왔다”며 “화가 나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호처의 채용 일정 취소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취소 결정 하루 전인 지난 4일만 해도 경호처는 건국대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A씨는 “불과 지난주까지도 경호처가 대학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열었고,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설명회에 직접 가보니 채용 의지가 확실해 보여 올해는 시험이 진행될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기업도 아닌 국가기관이 채용을 전면 취소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12·3 불법계엄 이후 경호처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경호처는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관여하며 ‘사병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9일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경호처 본부장 5명 전원을 대기발령 하기도 했다. 양씨는 “(경호처가) 내란에 동조했다는 비판도 있고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아무런 예고 없이 채용을 취소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A씨도 “내란 이후로 경호처 취업만 준비하는 건 위험하겠다 싶어 다른 공기업도 같이 준비했다”고 했다.

채용 일정 취소 직후 경호처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단체대화방에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방호직 경력채용의 경우 직장인 준비생은 체력검정이나 면접 일정에 따라 휴가를 사정사정해서 맞춰놨는데 취소되면 얼마나 허탈하겠느냐”,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하고 시험 준비해온 게 몇 년인데, 정부가 갑자기 기회를 박탈하니 허망할 뿐이다. 내년에 재개한다 해도 수험생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채용을 취소할 수 있나” 등의 말이 나왔다.

경호처는 새 정부의 경호 철학을 반영한 인재상과 채용 기준을 확립한 뒤 채용 재공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기준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현재 경호처 채용 홈페이지는 접근이 불가한 상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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