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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참모로 병풍 치지 말라

편집자주

역대 정부는 예외없이 권력의 함정에 빠졌다. 절제하지 않고 권한을 남용하거나 협치의 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소불위 대통령제의 한계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기회를 살리되 위험 요인은 줄여 박수받고 임기를 끝내길 바란다. 그래서 제언한다. 이것만은 꼭 지켜달라고. 5회에 걸쳐 구성해봤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뉴시스


"인사부터 행정, 국방까지 모두 관여할 수 있는 곳."(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공무원)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행정기관인 대통령실은 그 자체로 대통령제의 막강한 권한을 상징한다.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컨트롤타워지만, 각 부처 위에 군림해오며 모든 의사결정 권력을 독점하는 통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로 꼽혀왔다. "제어되지 않는 '강한 청와대'는 '민주적 책임 정부'와 양립할 수 없는 형용 모순"(박상훈 정치학자의 저서 '청와대 정부'에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통령실 권력이 무소불위로 행사될 때 국정운영 시스템은 망가지고 무너진다.

정권 초기엔 '슬림화'… 시간 지나면 '권력화' 반복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모두가 청와대-대통령실 권력의 축소를 공언했지만, 어느 누구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청와대 참모 인원이 500명을 넘어서는 등 비대했던 문재인 정부도, 이런 청와대 권력을 개혁하겠다던 윤석열 전 대통령도 결국 비서실을 비대하게 키우는 것으로 회귀했다.

당장 '반(反)문재인 정부'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 당시 수석비서관,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을 폐지하는 등 대통령실 인원을 30%가량 감축하고 조직을 슬림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슬림 대통령실'은 오래가지 않았다. 2실 5수석으로 시작한 대통령실은 결국 정책기획수석(2022년 8월)→정책실장(2023년 11월)→민정수석(2024년5월7일) 신설 등을 거쳐 3실 8수석(국가안보실 3차장 미포함)으로 몸집을 불렸다. 과도한 권력이 청와대에 집중돼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규모였다.

4월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경내를 오가고 있다. 뉴스1


인사와 정책 모두 틀어쥔 '무소불위' 대통령실



규모가 커지고, 자리가 늘면 힘은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의 비대화는 책임 총리와 책임 장관제를 무위로 돌리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청와대와 대통령실이 틀어쥐고 있는 인사 권한은 막강한 카드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 공무원을 지낸 A씨는 "청와대와 대통령실이 인사에 권한이 있다보니 장관이 차관, 산하 기관에 대한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9월 당시 30대 청와대 인사수석실 A행정관이 육군 최고 책임자인 4성 장군 김용우 참모총장을 영외로 불러 군 인사 문제를 논의한 사건은 무소불위 청와대 권력의 오만함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도 정부 출범 전 "결국 자기가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 문제에서는 장관의 의견을 가장 중시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대통령실 참모들을 부처 차관으로 승진시키는 식으로 부처 장악력을 높였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자리인 차관을 제외하고라도, 나머지 인사권을 장관에게 줘야 한다"며 "권력 분배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청와대나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니 이른바 '청와대 정부' '대통령실 정부'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하향식 정책 결정도 국정 운영의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국가의 중요 정책이 부처의 전문적 검증 없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릴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이 직접 '1호 국정 브리핑'을 자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산유국의 꿈을 띄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추정 매장량의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으로 탄핵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돌연 "경제성이 없다"며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당시 발표에 정무적 개입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청와대 대통령실 직제


대통령실 규모와 기능, 법적 근거 없이 고무줄 잣대



전문가들은 대통령 비서실의 규모와 권한을 법적으로 엄격히 규정해,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금도 대통령비서실의 법적 설치 근거는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령에 있긴 하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에 실장 1명을 두되, 실장은 정무직으로 한다(정부조직법 14조)고 규정해놓은 게 전부다. 대통령령인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 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간단히만 돼 있다.

이렇듯 느슨하게 규정돼 있다 보니, 지위와 역할이 헌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과 업무가 겹치거나 대통령실이 부처에 군림하는 옥상옥 구조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가령 국무총리-기획재정부 장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업무 관계는 명확히 관리가 되지만, 대통령실의 정책실장-경제수석-사회수석 등이 국무위원이나 부처와 어떤 관계인지는 정권의 영향력에 따라 고무줄 잣대처럼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회의원은 "비서실 인원이 과도할 뿐만 아니라 그 권한마저 임의적"이라며 "청와대나 대통령실엔 연락관 수준의 인원만 두고 대통령이 장관, 총리와 대화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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