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행사에서 김용현(엎줄 왼쪽)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2·3 불법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사용했던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 통화기록도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대통령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을 받아 사용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비화폰 서버를 분석하던 중, 노 전 사령관이 사용한 비화폰도 (계엄 선포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5일 삭제된 것을 확인해 추가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삭제를 지시한 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 전날 비화폰을 받은 노 전 사령관은 12월 4일 김 전 장관을 통해 비화폰을 반납했고, 이 과정에서 비화폰 정보가 삭제됐다.
김 전 장관이 추가로 비화폰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은 12월 5일 윤 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며 기존에 사용하던 비화폰 등을 반납했는데, 사의 표명 후 경호처로부터 별도로 비화폰을 받아 검찰에 출석하기 전까지 사용했다. 김 전 장관은 12월 8일 새벽 검찰에 기습 출석한 뒤 긴급체포됐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2월 국회 청문회에서 "12월 6일 김 전 장관 출석을 설득하기 위해 김 전 장관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자, 검찰이 경찰보다 빠르게 김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하려고 통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일보
조소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