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주방위군, 구금시설 앞서 시위대와 대치…경찰, 공포탄·최루탄 발사
시위대 대부분 중남미계…대체로 평화 유지하다가도 때때로 격앙
시위 합류 미국인들 "폭력적인 단속 끔찍해…트럼프 정부가 도발"


미 LA에서 불법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아선 주방위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앞에서 주방위군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를 사흘째 벌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도심 한가운데서 벌어진 시위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LA 시내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일대에서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검거 작전에 반발하는 시위가 사흘째 열렸다.

이날 오후 1시 반께 연합뉴스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방위군 소속 군인 수십명이 도열해 MDC 앞을 둘러싼 상태였고, 그 앞에 시위대 수백명이 모여 이에 항의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현장에는 며칠째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살포한 최루탄 가스 냄새가 진동했고, 공기 중에는 누군가가 피운 대마초(마리화나)로 추정되는 연기 냄새도 섞여 있어 두통을 유발했다.

LA에서 시위대와 대치 중인 경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앞 대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를 사흘째 벌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상공에는 당국이 띄운 헬기 2∼3대가 계속 날아다니며 소음을 일으켰고, 시위대의 고함과 시위를 지지하는 차들의 경적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주방위군 군인들은 머리에 헬멧을, 얼굴에는 방독면을 쓴 채 긴 곤봉과 방패로 무장하고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고, 일부는 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시위대는 군인들을 향해 험한 욕설을 섞어가며 "물러가라"고 외쳤다.

시위를 조직한 단체 관계자는 확성기를 통해 "우리는 8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커뮤니티 자위 연대'(the community self defense coalition)와 함께하고 있으며, 이 연대의 한 단체인 '유니온 델 바리오'에 속해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 단체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유니온 델 바리오'는 미국 내 멕시코계 이민자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싸우는 단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이 부당함을 막기 위해 강력하게 단결된 운동으로 그들(ICE)을 무력화하고 그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우리 편이 그들보다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LA에서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앞 대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를 사흘째 벌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현장에 모인 시위대 대부분은 중남미계로 보였고, 멕시코를 비롯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여러 중남미 국가의 국기를 두른 이들이 눈에 띄었다.

백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으나, 아시아계는 기자를 포함한 일부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애슐리'라고만 밝힌 18세 대학생은 "가족 중 서류 미비 체류자가 있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러 나왔다"며 "나는 여기서 태어난 미국 시민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애슐리는 불법 체류자인 가족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떨고 있다면서 "우리의 평화로운 시위에 (정부가) 주방위군을 동원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헌법상 권리인 시위·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ICE)이 우리 도시에서 나갈 때까지 시위에 계속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LA 도심 구금시설 앞에서 불법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앞에서 시위 중인 사람들. 이들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를 사흘째 벌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성조기와 함께 콜롬비아 국기를 깃대에 매달아 흔들고 있던 시위자 마르틴 헤커 마르티네스(46) 씨는 "나는 미국 시민이지만, 내 어머니가 콜롬비아에서 오셨고 미국 시민으로서 자랑스러운 것 중 하나는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는 점"이라며 "그런데 지금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사람들을 내쫓으려는 것을 목도하는 게 정말 끔찍하다"며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맞서려고 노력하면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방위군의 진압보다 더 두려운 것은 "시위 과정에서 누군가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평화적인 시위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LA 도심 구금시설 앞에서 불법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앞에서 시위 중인 사람들. 이들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를 사흘째 벌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시위에 참여한 미국인 제이크 모나한(35) 씨는 "정부가 사람들(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하거나 국경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도, ICE를 동원해 홈디포나 도심 상가를 급습할 필요는 없다"며 "그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고, 분명히 불법적인 폭력 사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무리한 단속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도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기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평화로운 시위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시원한 생수를 나눠주던 젊은 남성은 조디(23) 씨는 자신이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혼자서 자발적으로 나와" 이런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저 모두가 평화로운 시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우려고 먹을 것을 준비해 왔다"며 "방송 뉴스에 차가 불타고 사람들이 물건을 던지는 모습이 나왔는데, 그것은 우리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시위가 폭력으로 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는 초반 40분가량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간혹 격앙된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시위대가 막고 있던 6차로 도로에 차 한 대가 들어서자 시위대 여러 명이 차량을 둘러싸고 운전자를 향해 욕설하면서 돌아가라고 고함을 질러 양측 간 실랑이가 잠시 벌어지기도 했다.

LA 경찰에 구타당하고 체포되는 시위대의 한 남성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앞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한 남성을 구타한 뒤 체포하고 있다. 시위대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를 사흘째 벌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후 시간이 오후 2시를 넘어 인근에 있는 LA 시청 일대의 집회를 위해 시위대 상당수가 빠져나간 뒤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갑자기 LA경찰국(LAPD) 소속 경찰들이 우루루 나타나 시위 현장 한쪽을 에워쌌고, 남성 시위자 1명이 여기에 반발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뛰어나가자 경찰들이 몰려들어 이 남성을 구타했다.

이 남성은 양손을 뒤로 묶인 채 수갑이 채워져 체포됐고, 이를 본 사람들이 흥분해 거세게 항의하자, 대치하고 있던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공포탄과 고무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펑!", "펑!" 하고 계속 터져 나오는 발포 소리와 화약 냄새로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장면을 촬영하고 있던 기자의 정면에서도 한 경찰이 공포탄을 쏘며 "뒤로 물러나라!"고 위협했다.

시위대 역시 이에 맞서 소리를 지르며 경찰을 향해 뭔가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후 LA 시청 쪽에 있던 대규모 시위대가 이곳 MDC 앞으로 합류하면서 현장의 긴장감은 더 높아져 일촉즉발의 상황이 됐다.

LAPD는 이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도심의 이 지역 일대에서 벌어진 시위가 "불법 집회로 선언됐고, 많은 사람이 체포됐다"면서 "모든 사람은 이 구역을 즉시 벗어나라"고 밝혔다.

미 LA에서 불법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아선 주방위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이하 MDC) 앞에서 주방위군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를 사흘째 벌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180 [단독] 李대통령 내일 한국거래소 방문…"3000피 시대 열리나" 랭크뉴스 2025.06.10
50179 조계사 화재로 국보·보물 등 문화재 피해 없어… 8점 고궁박물관 이송 랭크뉴스 2025.06.10
50178 “그런 거 뭐 필요합니까” 李 대통령, 기념품 시계 안 만든다 랭크뉴스 2025.06.10
50177 김민석 총리 후보자, 반미주의자 소문에 “난 하버드 나온 미 변호사” 랭크뉴스 2025.06.10
50176 [속보] 中 “시진핑 주석,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 랭크뉴스 2025.06.10
50175 "양 적다" 가게 찾아가 사장 어머니 얼굴에 떡볶이 던진 손님 랭크뉴스 2025.06.10
50174 공수처 "방첩사 '군 인사 개입·최강욱 리스트' 수사 집중" 랭크뉴스 2025.06.10
50173 “기념 시계 필요없다”던 이재명 대통령이 찬 4만원 시계 ‘품절’ 랭크뉴스 2025.06.10
50172 조계사 대웅전 옆 건물서 화재, 1시간30분 만에 진화… 스님 긴급 대피 랭크뉴스 2025.06.10
50171 조계사 화재 1시간 34분 만에 완진… 국보 9점 등 유물 33점 무사 랭크뉴스 2025.06.10
50170 세금 안내고 호화생활한 체납자, 등산가방엔 수백돈 금괴 뭉치 랭크뉴스 2025.06.10
50169 [속보] 시진핑 “한중,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요 관심사 존중해야” 랭크뉴스 2025.06.10
50168 [속보] 조계종 "불교박물관 국보·보물, 고궁박물관으로 이송" 랭크뉴스 2025.06.10
50167 윤건영 "尹, 용산에 靑 지하벙커 뜯어가... 시설 재보수 오래 걸릴 수도" 랭크뉴스 2025.06.10
50166 괌→한국 대한항공 여객기, 이륙 직후 경고등 켜져 회항 랭크뉴스 2025.06.10
50165 '가짜 이혼'으로 재산 숨겨…국세청, 악질 체납자 710명 추적 랭크뉴스 2025.06.10
50164 대통령실, 장차관 등 주요공직 국민추천…국무회의 특검법 등 상정 랭크뉴스 2025.06.10
50163 ‘조계사 화재’…스님 긴급대피·소방 당국 진압 중 [현장 화보] 랭크뉴스 2025.06.10
50162 김민석 "국민에 충직한 참모장 되겠다…청문절차에 적극 임할것" 랭크뉴스 2025.06.10
50161 대통령의 '첫 100일'이 리더십 성패 가른다…이 대통령, 경제·외교 속도전[이재명 시대] 랭크뉴스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