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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선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이었다. 그다음은 ‘성장’이었다. ‘성장’을 22번, ‘경제’를 12번 언급하며 민생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 ‘1호 명령’ 역시 ‘비상경제점검 TF(태스크포스)’ 구성이었다. 내수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며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고 미국 관세정책 충격파로 성장동력이던 수출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마음으로”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아우르는 단어는 ‘실용주의’다. 이념도 먹고 살 토대가 있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기본사회 구축’도 경제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분배도 나눌 것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성장을 먼저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진보진영의 가치인 복지 확대나 노동정책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당면한 경제난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는 것도 실용주의의 단면이다. 우선 고꾸라진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1. 국민의 삶, 경제 앞에 이념 없다“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선언했다. 민생·경제·외교·안보, 민주주의 모든 영역에서 쌓인 복합 위기를 풀기 위해 이념과 진영의 틀을 뛰어넘겠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말했다.

당대표였던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현실적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까지 가지고 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실용주의의 상징이다.

그는 후보자 시절부터 세제, 부동산, 에너지, 외교 정책에서 유연함을 강조했다. 상속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18억원까지 높이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에 동의하며 상속세 수술에 힘을 실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세금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강북 지역과 지방에는 ‘균형 발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동안 “강남만이 아닌 강북에도 투자하고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투자해서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기회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정책도 기존 진보 정부와는 노선이 다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저는 사실 주거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금 인상과 각종 규제가 능사가 아니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를 한다는 신호 자체가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를 자극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를 인위적으로 눌러 풍선효과를 만들었던 과거의 무리한 규제 정책은 반복하지 않겠다”며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진보 정부가 부동산을 다루는 전통적 방식인 세금을 통한 규제에서 벗어난 발상이다.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기존 규제의 처리 방향, 공사비 현실화, 정책 집행의 속도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원전 정책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빠져나오려 한 흔적이 보인다.

기존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절충형 노선을 택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원자력 에너지가 꼭 필요하면 쓰면 되지 그것을 왜 편을 갈라서 원전은 우파, 재생에너지는 좌파로 가르냐”며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가야 하지만 항시 공급 전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를 대비해 둘 다 쓰자, 비율은 상황 따라 조절하자 그렇게 분명히 에너지 믹스라는 말까지 붙여놨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자신이 과거 제시했던 ‘감원전’,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과도 구별된다.
2. 생활의 문제 해결하겠다는 ‘먹고사니즘’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신천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생활’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가 60조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물가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대선 공약에서는 소득과 자녀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과세 체계로 전환하는 ‘가족계수세’ 도입을 약속했다. 가족 친화적인 소득세 체계를 위해 ‘부부 단위 과세표준’을 신설하고 자녀 세액공제 확대 및 자녀 수에 따라 신용카드 세액 공제율·한도도 높여준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필수적인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한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 소득기준을 상향하고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의 대상 및 지급액 확대 등을 더했다.

이 후보가 내건 ‘최소 30조원 이상의 추경’도 속도감 있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살리는 방식의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조직 개편에서도 경제는 '성장'이라는 목표를 엿볼 수 있다. 대통령실이 6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에서 ‘경제성장수석’이라는 직책 명칭이 생겼다. 기존 정부에서 통상 사용하던 ‘경제수석’이나 ‘경제정책수석’과 달리, ‘성장’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가 경제 정책의 중심을 ‘성장’에 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 조치로 풀이된다.

민생 중심 경제철학의 뿌리에는 흙수저 소년공, 운동권이 아닌 ‘비주류 아웃사이더’라는 이 대통령의 출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시기는 현재 50대, 60대가 된 386운동권(30대, 80년대, 60년대생)이 정치권의 주류로 부상했던 2000년대 초였다.

정통 운동권이 아닌 그는 진보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비주류였다. 삼수 끝에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선출된 이 후보는 취임 11일 만에 성남시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며 파격 행보를 펼쳤다. 그리고 3년 만에 성남에 쌓인 4572억원의 빚을 청산하며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3대 무상복지 사업으로 불리는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 지원, 청년배당 등 보편적 복지 정책을 통해 ‘이재명 브랜드’를 정립했다. 경기지사 시절에는 계곡 불법 점유시설물을 정비하고 코로나19 당시 방역 지침에 협조하지 않은 신천지 교단에 강제 역학조사를 지시해 대응하며 이재명식 추진력을 각인시켰다. 그의 이런 정책들은 모두 삶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3. 코스피 5000 시대 기대감에 웃은 증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 종가와 비교해 41.21포인트(p)(1.49%) 상승한 2812.05로, 코스닥은 전날 대비 6.02p(0.80%) 상승한 756.23로 마감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김범준 기자 태그

이재명식 추진력에 가장 먼저 힘을 얻은 건 증시였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코스피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대통령의 한국 증시 부양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적돼 온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먼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이익 환원을 제도화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개미들의 뒤통수를 친 중복 상장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상장사가 물적분할 시 일반 주주 대상 신주 물량 배정 제도화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비롯한 상장사 임직원 및 주요 주주 등이 단기매매 차익을 얻을 경우 해당 법인이 매매 차액을 반환 청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처단에 대한 공약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PBR이 0.1~0.2배 수준인 상장사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저성과 상장사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여의도는 이 대통령의 증시 부양책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 대통령의 공약 중 주주환원이나 불공정 거래 처벌 등에 대해서는 이미 단계별로 강화하고 있던 사안이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기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등 기업에 리스크를 줄 수 있는 공약이 한꺼번에 추진될 경우 오히려 기업 심리를 위축시켜 증시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적극적인 ‘친기업’, ‘우클릭’ 행보를 하며 재계와 접촉을 늘렸지만 상법 개정과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여대야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 추진엔 사실상 걸림돌이 없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법 개정은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동시에 소송 리스크 증가와 비용 부담, 경영 판단 위축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 균형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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