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교조가 지난해 9월28일 개최한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북콘서트.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 등이 참석했다. 대한교조 홈페이지 갈무리
리박스쿨이 협력단체로 꼽은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가 교육청의 보조금을 받아 자신들이 출간한 책을 구매하고 북콘서트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책은 이승만·박정희의 공을 부각시키고 장기 독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은 축소하는 등 곳곳에서 뉴라이트 인식을 담고 있다.
8일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대한교조에 교직단체 지원 명목으로 총 2400만원 상당의 지방보조금을 지원했다. 대한교조는 이중 1600만원을 ‘사계절 공부하고 나눠주기 아카데미’ 사업에, 800만원은 ‘엑스포 자유 시민교육’ 사업에 썼다.
대한교조는 엑스포 자유 시민교육 사업 중 ‘자유시민 교육에 적합한 도서 선정 및 보급’을 위해 368만원을 사용했는데, 지난해 9월 대한교조가 자체적으로 출간한 책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를 선정했다. 대한교조는 지난해 9월28일 열린 북콘서트를 앞두고 이 책 100권을 구입한 영수증을 정산보고서에 첨부했다.
대한교조가 출간한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북콘서트 관련 광고가 스카이데일리 지면 하단에 실려있다. 대한교조 페이스북 갈무리
이 책 곳곳에는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미화하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이승만에 대해선 “전쟁을 하면서도 선거를 치를 만큼 민주적인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독재에 대해선 “국민 국가를 완성하려는 집념 때문에 종종 독선적으로 정치를 운영했다”고 기술했다. 이에 더해 “전체적으로 국가를 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대 정신에서 발로된 정치 판단이었다는 시대사적인 이해도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 4·3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표현도 나온다. 제주 4·3에 대해선 “제주도에선 남로당원들이 조직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남한 단독 선거를 방해했다”고 적었고, 5·18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이 뜨겁다”며 “본질적 성격이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한 민주화운동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문과 다른 교과서에 이미 “신군부의 내란 행위에 맞서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저항운동”이라고 정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지가 남았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이 책 집필진으론 조윤희 대한교조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교사 9명과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등 교수 6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이승만은 전쟁 통에도 민주 선거를 치렀고 박정희는 민주 정치의 선결 조건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중장기 국가 교육 정책 방향을 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정을호 의원은 “현직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까지 해당 뉴라이트 교과서에 추천사로 나서는 등 극우 성향 단체가 교육 현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며 “교육청의 보조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부분에 대해선 관련 법률과 규정에 위반된 사항이 없는지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