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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담 : <22> 지나친 자기애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병적 자기애, 결핍에서 비롯돼
성취 과대포장, 지나친 특권의식
쓴소리 듣고, ‘현실’ 되찾아야




Q1
: 5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A(40)씨다. 남편 B(41)씨는 대기업 과장으로, 재력가 아버지와 현모양처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남편은 어릴 적 전교 1등만 하던 형과 비교되면서 자랐다. 결혼 후 ‘최연소 부장’을 목표로 일 중독자가 됐고, 가사와 육아는 모두 내 몫이 돼 휴직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가 새벽에 잠투정을 하면 “나가서 재우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황당한 것은 회사에서의 승진 누락을 내 탓으로 전가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우연히 남편 휴대폰에서 내용이 의심스러운 직장 여성 동료의 메시지를 보게 됐다. 그런데 남편은 사과는커녕 “대화 수준이 잘 맞는 동료를 만나 술을 마신 것뿐”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니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왜 모두 자기 멋대로일까?


Q2
: 자영업자 C(45)씨다. 공무원 아내(D씨·43)와의 결혼생활 루틴은 이렇다. 결혼 초기 낮 시간 집안일과 육아는 장모님(D씨의 친정 엄마)이, 저녁 시간 및 주말엔 내가 주로 했다. 아내는 느지막하게 퇴근해 “왜 이건 안 해 뒀냐?” “왜 이렇게 정리했냐?” 등 지적을 쏟아냈다. 최근엔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아내와의 충돌이 잦아 걱정이다. 그때마다 아내는 내게 ”당신이 딸 교육을 잘못 시켰다”고 책임을 전가하니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뿐만 아니다. 아내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이웃이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며 언성 높여 싸우는가 하면, 상점 주인들과도 별일 아닌 일로 다투니 뒷수습도 나의 일이다. 처가댁은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아내만 두둔한다. 아내는 엄격한 장인 밑에서 자랐지만 공부는 잘해서 각별한 사랑과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장인은 수차례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내의 커리어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내는 직장에서도 마음을 나눌 동료나 친구는 없어 외로운지, 내게 줄곧 ‘해외여행’을 요청한다. 아내의 눈에는 나와 아이들의 상처가 보이지 않는 걸까?


A:
첫 번째 사연 속 남편 B씨의 경우 전형적인 엘리트형 나르시시스트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성취를 과대포장하고, 지나친 특권의식으로 주변 사람의 인정과 배려를 요구한다. 하지만 문제나 갈등이 생기면 ‘주변을 탓’하며 자신은 좋은 위치에 머물려 하니,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B씨 역시 아내의 수고와 헌신을 당연시하면서, 자신의 외도를 반성하기보다는 자신의 내적 열등감까지 아내에게 투사(projection)하고 있으니 ‘악성 나르시시스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병적 자기애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원인은 어린 날에서 찾을 수 있는데, 부모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병적 자기애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행과 자기과시로 유명했던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자신의 성장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무신경한 아버지는 내가 죽은 형을 대신하도록, 내 이름을 형의 이름으로 지었고 나는 형의 이름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B씨 역시 전교 1등만 하는 형과 비교되며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처를 보상하기 위해 ‘병적 자기애’에 빠졌던 것이다.

두 번째 사연 속 아내 D씨는 타인이 자기의 뜻에 따라야 직성이 풀리는 ‘과대자기증후군’에 걸려 있다. 보통 인간은 유년기 ‘과대한 자아상’을 갖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깎이고 시야도 넓어지면서 ‘현실적인 자아상’을 갖게 된다. 그런데 D씨는 부모의 독이 되는 사랑으로 여전히 ‘과대한 자기’에 머물러 가족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자기애의 대물림’도 일어나고 있다. D씨의 부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이 이루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딸은 부모의 기대치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으로 예민해져 다툼도 많았던 것이다.

요즘은 비교적 풍요롭게 자라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박탈감도 깊어져 ‘병적 자기애’에 걸린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가족에게 깊은 상처와 불편감을 안기는 ‘자기애’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자기애가 어디에서부터 생겨난 것인지 탐색하고, ‘자기애’를 내려놓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기애의 실체가 ‘열등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아존중감을 회복해야 한다. 이제는 자신의 성취나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직면을 통해 현실적 자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몸에 좋은 약이 쓰듯이, 주변의 쓴소리(팩트 제시)를 겸허히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단점을 수용함으로 나의 연봉이, 외모가, 평판이 깎이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행복은 타인의 많은 희생으로 유지됐음을 인식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되돌려주려 노력하자. “사랑은 자신 이외에 다른 것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렵사리 깨닫는 것이다”. 소설가 아이리스 머독의 말이다.

중꺾마+ 나현정


나현정 굿상담클리닉 원장·전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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