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11일 만에 국제무대 데뷔…관세 협상 등 현안 산적
한·일 정상회담 여부도 주목…대일 외교 접근법 ‘가늠자’
한·일 정상회담 여부도 주목…대일 외교 접근법 ‘가늠자’
한·미 정상, 20분간의 첫 통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정상외교 데뷔 무대로 삼는다. 지난 4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고 취임한 지 불과 11일 만에 국제무대에 올라서는 것으로 12·3 불법계엄 이후 반년 동안 블랙홀 상태였던 정상외교에 다시 시동을 건다는 상징성이 있다.
선진국 클럽인 G7 정상회의는 주요국의 정상을 한자리에서 두루 만날 수 있어 ‘국익 중심 실용 외교’ 노선을 내건 이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초반 외교 청사진을 그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외교안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국과 일본이 회원국으로 있는 모임이 G7이기에 이번 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 및 한·일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G7 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하기로 했다고 지난 7일 대통령실이 밝혔다. 한국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의장국인 영국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2023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G7 정상회의는 다자회의로 진행되지만 관심은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집중된다. 지난 6일 20분간 첫 통화를 나눈 한·미 정상이 이로부터 열흘가량 만에 회담을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사될 경우 통상 새 정부가 몇개월의 준비를 거친 뒤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데 비해 많은 시간이 절약되는 데다 정상급에서 관세 문제를 비롯한 현안 논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G7 회의 석상에서 상견례 형태로 약식으로 만난 뒤 캐나다와 가까운 미국으로 이동해 단독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도 있다.
회담 테이블에 올라올 현안들은 모두 녹록지 않은 문제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관세 협상이 있다. 한·미 정상은 지난 6일 통화에서 “양국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는 원론적인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다음달 8일까지 이를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내들며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지난 6개월 한국의 정상외교 공백기 동안 기다려왔다고 볼 수 있는데,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국을 향해 본격적인 공세를 펼 수도 있다. 돌발적이고 예측을 불허하는 언행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G7 정상회의라는 ‘외교 기회’가 자칫 위기가 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G7 멤버인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양자 회담, 한·미·일 3국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주목된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지나는 동안 냉각기와 화해기를 거쳐온 한·일관계가 이재명 정부에서는 어떻게 출발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 격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를 두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는 합리적인 관계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일 외에 주최국인 캐나다와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과의 만남도 주목된다. 국제무대 데뷔전인 만큼 친교와 우애를 다지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나라의 ‘발등에 떨어진 불’인 대미 통상·관세 협상과 관련한 대응책을 공유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