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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기에 많이 발전” 극우 역사관 쏟아져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지난 2023년 11월29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빌딩에서 열린 ‘한·일 상생 문화 공감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서울시의 ‘공익활동’ 지원금이 극우 성향 역사교육 단체 ‘리박스쿨’이 주관한 뉴라이트 관련 행사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행사에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거나 “한국은 식민지 시기 동안 이룬 발전이 많다”는 등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한 주장이 쏟아졌다.

서울시가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을 통해 2023년 11월29일 리박스쿨이 주관하고 기회평등학부모연대가 주최한 ‘한·일 상생 문화 공감 세미나’ 행사를 후원한 사실이 8일 확인됐다. 이 행사는 ‘시민단체 역량 강화 및 전문가 양성과정'으로 진행됐으며, 리박스쿨 등 관련 단체가 2023년 7월께부터 18차례나 이어간 ‘상생문화토론회'를 정리하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송상건 한일자유문화원장, 지성재 공감문화산업 대표, 강국희 성균관대 명예교수, 임양빈 한일친교협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행사 당시 영상 등을 보면, 행사의 문을 연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그동안 우리가 일본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며 “그런데 어느날 (윤석열) 대통령께서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선언을 하시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을 무려 7번이나 갖는 상황을 보며 민간에서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세미나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극우 역사관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김호월 전 홍익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식민지 시기 35년 동안 발전한 것이 많다. 여자들도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는 등 남녀평등이 이뤄졌다”며 “일본이 식민시절 만들어둔 해도를 맥아더에게 가져다줘서 인천상륙작전이 이뤄졌다. 일본이 있어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국민소통위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생난리 친다”, “이래서 미개인이란 욕을 먹는 거다” 등의 막말을 한 뒤 교수직을 사퇴한 전력이 있다.

2023년 11월29일 리박스쿨이 주관하고 기회평등학부모연대가 주최한 ‘한·일 상생 문화 공감 세미나’ 행사에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현수막엔 서울특별시가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에 나섰던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소속 이창위 교수(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도 이날 행사 축사에서 “(박정희 정권이) 1965년 한일관계를 정상화시켜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청구권 자금으로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정부가 나서서 한일관계를 악화시켰고, 65년 체제를 부인하며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에 대한 선호는 각자 다르겠지만, 일단 외교·안보를 위해 과거 문제는 덮어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정부 시절 이뤄진 1965년 한일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과 피해자 배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불완전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이 닫혀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시는 2023년 한해에만 기회평등학부모연대에 1520만원가량을 지원했고 당시 행사의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에 대해 “몰랐다”는 태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제가 된 행사는 해당 단체가 서울시 지원금으로 연 행사 중 하나”라면서도 “다만 서울시 후원 명칭을 쓰려면 ‘후원명칭 사용승인 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해당 단체가 무단으로 진행해 당시 행사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 지원 단체가 1년에 100개 가까이 되다 보니, 각 단체가 세부적으로 어떤 행사를 여는지 모두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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