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연구자 다케우치 공개
일제강점기이던 1945년 남태평양 섬나라 마셜제도의 밀리 환초에서 미군에 의해 구조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 국사편찬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태평양 섬나라 마셜제도로 끌려가 숨지는 등 고통을 당했던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기록이 추가로 대거 발굴됐다.
일제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는 지난 6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국립공문서관에서 한겨레와 만나 2차 대전 당시 ‘반도공원 콰젤레인·루오트 옥쇄자 명부’ 등에 담긴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절레인섬과 루오트섬(현재 로이나무르섬)으로 끌려갔던 460여명을 비롯해 와티에섬 46명 등 강제동원 피해자 700여명이 포함됐다.
일제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가 지난 6일 일본 도쿄 치요다구 국립공문서관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명부에는 ‘채용·징용’이란 표시와 함께 창씨개명된 조선인 이름과 출신지, 생년월일, 징집 장소 등이 자세히 적혔다. 이들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2월부터 이듬해 6월 사이 전남 영광, 경남 밀양, 경기 강화, 충남 예산 등에서 주로 동원됐다. 콰절레인섬에서만 3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끌려간 조선인의 3분의 2가 넘는 숫자다. 와티에섬에서는 조선인들이 총살됐다는 기록이 남았다. 본적지가 ‘경상북도 칠곡 약목면’으로 적힌 창씨개명 조선인 ‘가네자와 ○○’ 등이 1945년 6월 안팎 ‘반란(에 따른) 총살’로 잇따라 희생됐다고 나타났다.
태평양전쟁 군사 요충지였던 밀리(밀레) 환초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 420여명의 피해 사실도 다시 정리됐다. 1945년 3월께 일본군에 반란을 일으킨 뒤 달아난 220여명, 전쟁 뒤 생존 귀환자 190여명이 포함됐다. 밀리 환초는 일본군이 조선인을 살해한 뒤 인육을 먹고, 이를 ‘고래고기’라고 속여 다른 조선인에게 먹이는 참극을 벌인 것으로 기록된 장소다. 이에 분노한 조선인 193명이 일본군을 살해하며 반란을 일으키자, 일본군이 보복 학살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다케우치는 지난해 한국을 찾아 밀리 환초에서 희생된 조선인 희생자 218명의 명부를 공개한 바 있다. 사망신고조차 하지 못했던 유족들이 그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다케우치는 한겨레에 “자기 땅에서 살 권리를 뺏긴 채, 도망치다 총살까지 당해야 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아픈 역사가 이 기록들에 담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