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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에 멍든 대한민국] <4> 부실한 피해 복구 사다리
현행법상 추징·몰수 가능하지만
사기죄는 대상 혐의에 '단서 조항'
리딩방·전세사기 피해땐 구제 한계
피의자 재산 몰수해도 턱없이 부족
그마저도 개별금액 산정 쉽지않아
대상 범죄 범위 확대·신속 지원 필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서초동 소재 A 변호사는 최근 사기 피해자와의 상담에서 피해 금액과 관련해 환부(還付) 신청과 별도로 민사소송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환부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 제6조(범죄피해재산의 특례)에 따른 사기 피해자 구제 장치로 지난 2019년 8월 시행됐다. 검사의 환부 개시 결정에 따라 사기 등 범죄 피해 금액을 피해자들이 절차에 따라 되돌려받을 수 있으나 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 후 과정이 진행돼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피해자가 여럿일 경우 피해 금액 산정도 어려워 환부 대상 피해자로 선정되기는 쉽지 않다. A 변호사는 “검찰이 몰수한 한정된 금액을 나누는 구조라 소액에 그칠 수 있어,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환부보다는 민사소송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가 등장하면서 피해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나 피해자들의 구제 ‘사다리’ 중 하나인 환부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환부 대상의 기준이 되는 범죄 피해 재산의 범위가 사기죄 가운데서도 상습·범죄단체 등으로 제한돼 있는 등 법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기 수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피해자들의 빠른 구제가 절실한 데도 환부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가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산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어 피해 회복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범죄 피해 재산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또 이를 피해자에게 환부한다. 범죄 피해 재산은 피의자가 범죄 행위를 통해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보이스피싱, 유사수신과 함께 형법상 사기죄가 환부 대상에 포함된다. 단 사기죄의 경우 상습범이거나 범죄단체 조직 범행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리딩방이나 로맨스 스캠 등은 사기죄에 포함되는데 상습범이라든가, 범죄단체의 조직적 범죄라고 인정되지 않으면 환부 대상 자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효과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한층 폭넓은 몰수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부패재산몰수법상 사기 범죄는 상습, 범죄집단 등으로 범위의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금전 손실을 입은 사기 피해자 입장에서는 빠른 구제가 절실한 데도 환부 대상 혐의가 다소 협소하게 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환부 금액은 해마다 수천만 원에서 수백억 원 수준으로 사기 피해 금액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 피해 재산 피해자 환부 금액은 293억 558만 원으로 최근 5년 내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환부 금액은 2022년에는 8907만 원, 2023년에는 5억 771만 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환부 대상 범죄 확대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은 3건이다. 전세사기를 비롯해 리딩방, 가상자산 사기,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를 몰수 및 추징 보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세사기의 경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만 경매·매각 유예와 정지, 공공임대주택 지원, 주거 안정 자금 융자 등 지원만 이뤄질 뿐, 환부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검사가 환부 개시 결정을 하더라도 시일이 오래 걸리는 등 불확실성이 큰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부패재산몰수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검사는 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 이후 피해자에게 몰수·추징 자금을 환부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이후 통지·공고를 거쳐 피해자들로부터 범죄 피해 재산 환부 청구를 받는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규모 유사수신이나 조직적 금융 사기의 경우 피해자만 수천 명에 달하는 데다, 각자 피해 금액 산정에 충돌이 있을 수 있어 개별 환부 규모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사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선정 등 과정이 복잡해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시일도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검찰은 유사수신 사건에 대해 100억 원 규모의 환부 개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만 4000여 명에 달해 최종 환부까지는 매우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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