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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없는 사설대회 230개로 늘어
약물 않는 내추럴 선수 설 곳 잃어
부작용 경각심 키우고 처벌 필요성
게티이미지뱅크

“‘약투운동’ 이후 오히려 약물 복용을 용인하는 대회들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보디빌딩 국가대표 A씨는 8일 국민일보에 이같이 말했다. 2019년 보디빌딩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약투운동’(성범죄 고발 ‘미투운동’에 ‘약’을 합성한 용어)이 오히려 도핑 시장을 키운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보디빌더들의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체육계의 제재 장치는 더 강해졌다. 대한보디빌딩협회는 도핑 적발 시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강수를 뒀고, 대한체육회는 도핑 적발 종목에 대한 전국체육대회 단계별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그러나 이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선수 지위를 잃어도 보디빌더로서 경력을 쌓는 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핑 검사에서 약물 반응이 나와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들은 곧장 제재 대상에서 벗어난 사설 대회로 향했다. 사설 대회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30개로 알려졌다.

이른바 ‘도핑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국민체육진흥법상 체육회 등록 선수만을 대상으로 도핑 검사와 제재가 이뤄진다”며 “이외의 영역에선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체육회 제재가 강해지면서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선수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2023년 전국체전에서 보디빌딩 종목의 도핑 사례가 재차 적발되면서 지난해부터 일반부는 퇴출당했다.

전국체전 일반부가 사라지면서 전국의 보디빌딩 실업팀은 사실상 모두 해체됐다. 선수로서 연봉을 받고 뛸 수 있는 환경이 없어진 셈이다. 이에 대다수 선수는 헬스장 트레이너 등으로 활동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약물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는 동안 소리 없는 죽음도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 영국 옥스퍼드대 유럽 심장의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국제보디빌딩피트니스연맹(IFBB) 대회 참가자 2만286명을 평균 8.1년간 관찰한 결과 121명이 평균 45.3세 나이에 사망했다. 73건의 급사 가운데 46건이 심장 돌연사로, 부검 결과 심장·심실 비대가 일관되게 관찰됐다. 이는 보디빌더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보디빌딩 종목 특성상 생활체육과의 연결고리가 긴밀하다는 점이다. 보디빌딩 입문 경로인 헬스장에서 주사기 더미가 발견되거나, 유명 피트니스 커뮤니티에선 대놓고 약물판매업자, 투여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암암리에 약물 복용을 관리하는 ‘케미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행 약사법상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할 수 없다. 2022년부터는 구매자도 처벌 대상에 추가됐다. 그러나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은 아니라 걸려도 구매자의 경우 시정 명령이나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에 그친다.

정상원 대한약사회 이사는 “스테로이드는 미국에만 가도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이라며 “몰래 들여오면 잘 걸리지 않는 데다 처벌 수위도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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