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선출된 당대표 체제로 지선 치러야”
‘새 비대위로 당권 유지’ 친윤계와 정면충돌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9월 초까지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당무감사권을 발동해 대선 과정에서 이뤄진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그의 이 발언은 사실상 이번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당 주류 친윤석열계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가며 당권을 유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친윤계는 당장 ‘전당대회 일정은 김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지방선거를 비대위 체제가 아니라 선출된 당대표 체제로 치르는 것 자체가 보수 재건과 지방선거 성공을 위한 당면 목표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 ‘새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친윤계 쪽의 의견과 ‘곧장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친한동훈계·김문수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후자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추진하는 것은 두차례에 걸친 탄핵으로 인해 보수 정당이 심각한 갈등과 깊은 원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당내 탄핵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 간 갈등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내 갈등’ 유발 요인이라는 같은 맥락에서 “대선 후보를 부당하게 교체하고자 했던 과정의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부과하겠다”고도 말했다. 앞서 권영세 비대위 체제에서 경선을 통해 선출한 김문수 후보를 무소속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려다 전 당원 투표에서 제동이 걸린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비대위가 후보 교체 관련 안건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홀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친윤계가 당권을 유지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비쳤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오는 16일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친윤계 쪽에선 원내대표 선거 승리를 통해 새 비대위를 꾸려 당권 장악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재 친윤계 쪽에선 4선의 김상훈·박대출·이헌승 의원과 3선인 송언석 의원은 물론, 이재명 정부의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선 ‘강한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며 ‘경력직’인 5선의 김기현·나경원 의원도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한동훈계 쪽에서는 김성원(3선) 의원은 물론,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김도읍(4선)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인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제 임기는 개혁이 완수될 때(까지)”라며 “당을 살릴 수만 있다면 제게 주어진 다양한 권한들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선 ‘전국위 의결을 거쳐 비대위 임기를 1회에 한해 6개월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는 당헌 규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의 이런 구상에 친윤계 등 당 주류는 발끈하고 나섰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9월에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건 한동훈 전 대표를 위한 맞춤형 전대를 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전 대표를 겨냥해 “그동안 당대표 때문에 당의 분란이 일어난 게 아니냐”며 “먼저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 당을 정비하고, 분권형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서영지 기자 [email protected], 전광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