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웃돌아도 100여명 긴 줄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까지 찾아
용산 상인들은 매출 감소 걱정
관람객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에 줄을 지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관람객 수가 급증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100여명의 관람객들이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관람객들은 청와대 주변을 카메라로 담으며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관람을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15대가 줄지어 정차했다. 신기한 듯 청와대 주변을 둘러보거나, 크게 웃으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부모와 함께 청와대를 찾은 중국인 유학생 진유문(23)씨는 들뜬 목소리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비상계엄, 탄핵과 같은 새로운 역사를 배웠다. 가족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서울 여행을 계획했다”며 “청와대 관람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 가장 먼저 찾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서울로 여행 온 할리(48)씨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아 여행 계획에 청와대 관람 일정을 포함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해설을 꼼꼼히 보며 관람할 계획”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두 딸과 청와대 관람을 마치고 나오던 박모(45)씨는 “이제 청와대가 다시는 공개될 일이 없을 것 같아 힘들게 예약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긴다는 소식에 지난달부터 청와대 관람객 수는 급증하고 있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관람객 수는 42만7780명으로 개방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람객 10만4000명보다 4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집무실 이전을 위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청와대 춘추관 인근 1.31㎞ 전역 탐방로 일대에 보수·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초 계획했던 취임 100일 내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 관람 열기는 여전하다.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8일 “아직 대통령 집무실 복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한 달 단위로 관람예약을 받을 계획”이라며 “이달 주말 관람 예약은 이미 다 찬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인들은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실 인근 감자탕집에서 일하는 나모(56)씨는 “그동안 대통령실 직원 회식, 관광객들로 매출이 늘었는데 대통령실이 나가면 동네가 한산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대통령실이 들어오면서 직원, 경찰들 덕분에 매출이 늘었는데 앞으로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윤예솔 기자([email protected])
이찬희 기자